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연패를 노리는 도미니카 공화국과 명예회복을 벼르는 미국이 호화 명단 발표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특히 타선은 양쪽 모두 가공할 만하다는 평가다. 두 팀의 빅뱅은 이번 대회 최고 흥행 카드로 떠올랐다.
나란히 예선 C조에 속한 미국과 도미니카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뽑힌다. 분석하는 관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우승후보 분석에서 두 팀이 1·2위를 나눠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워낙 호화 라인업이라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없다. 특히 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즌 준비에 부담을 덜 느끼는 타선은 메이저리그(MLB) 올스타급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미국은 힘과 정교함이 겸비된 타선이다. 포수 포지션에는 버스터 포지와 조나단 루크로이가 버티고, 내야에는 폴 골드슈미트, 다니엘 머피, 놀란 아레나도, 외야에는 지안카를로 스탠튼, 앤드루 매커친 등 강타자가 즐비하다. 백업진도 요소요소를 알차게 채워 넣었다는 평가다. 미국이 이번 대회에 임하는 자세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도미니카는 힘에서 최강이다. 대포들이 즐비하다. 지난 3회 대회 최우수선수(MVP)인 로빈슨 카노를 비롯, 아드리안 벨트레, 매니 마차도, 핸리 라미레스, 호세 바티스타, 카를로스 산타나, 넬슨 크루스는 모두 적어도 한 차례는 30홈런 이상을 기록해 본 경험이 있는 강타자들이다.
지난해 성적을 놓고 비교해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도미니카는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들이 무려 6명에 이른다. 벨트레(32개), 카노(39개), 마차도(37개), 라미레스(30개), 산타나(34개), 크루스(43개)가 주인공이다. 반면 미국은 놀란 아레나도(41개) 한 명뿐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홈런 편차가 있는 도미니카에 비해, 미국은 선발 전원이 홈런을 때릴 수 있는 능력으로 무장했다. 20홈런으로 기준을 낮추면 도미니카는 8명인 것에 비해, 미국은 루크로이(24개), 아레나도(41개), 카펜터(21개), 골드슈미트(24개), 호스머(25개), 킨슬러(28개), 머피(25개), 존스(29개), 매커친(24개), 스탠튼(27개), 옐리치(21개)까지 11명이다.
개인당 평균 홈런은 도미니카가 22.1개, 미국이 21.7개로 거의 차이는 없었다. OPS(출루율+장타율) 0.850 이상의 선수도 양 팀 모두 6명씩으로 동일했다. 중심타선의 장타력은 분명 도미니카가 나은 것으로 보이지만, 대신 미국은 중장거리 타자와 출루율이 좋은 타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지뢰밭’ 라인업 구축이 가능해 보인다.
선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로 널리 쓰이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는 오히려 미국이 조금 앞선다. 대개 올스타급으로 평가되는 WAR 4 이상의 선수(팬그래프 기준)는 미국이 8명, 도미니카가 5명이었다. 특히 크로포드와 아레나도가 지키는 미국의 내야 수비는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도 솔솔 나온다.
흥미로운 매치업도 곳곳에서 보인다.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까지 포함, 향후 10년간 MLB 최고 3루수를 놓고 다툴 아레나도와 마차도가 WBC에서도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매커친은 마르테와 폴랑코를 적으로 상대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며, 존스-마차도, 루크로이-벨트레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당일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공산이 커 보이는 가운데 두 팀은 오는 12일 예선 1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맞붙는다. /skullboy@osen.co.kr
[사진] 놀란 아레나도(왼쪽)-로빈슨 카노. [사진]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