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V-리그 최고 명가다. 우승 횟수(8회)가 이를 상징한다. 2005년 프로출범 이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적잖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상 성공의 상징이었다.
그런 삼성화재에 프로출범 후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 익숙했던 봄 배구에 결석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탓이다. 삼성화재는 1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지며 승점 추가에 실패했다. 승점 42점을 기록 중인 5위 삼성화재는 4위 우리카드(승점 49점)와의 승점차를 좁히지 못했다.
시즌 내내 4~5위권에 머물고 있는 삼성화재다. 2~4위권 팀들이 다소 주춤했던 4·5라운드에서 추격해야 했으나 자신들도 덩달아 미끄러졌다. 승점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간만 흐른다. 이제 삼성화재에게 남은 경기는 단 7경기다. 높은 승률을 기록해 놓고,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도 봐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앞선 세 팀 중 하나를 반드시 제쳐야 하는 대명제를 성립시키기가 쉽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삼성화재 자체의 탄력이 없다. 프로출범 후 첫 5할 아래의 승률도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V-리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삼성화재를 제외한 채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전력평준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적어도 당사자인 삼성화재로서는 여러모로 최악의 시즌이다.
여러 분석이 나온다. 매년 우승 혹은 준우승만 했던 삼성화재는 신인드래프트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좋은 선수를 수급하지 못한 것이 이제 한계로 드러난다는 평가다. 한편으로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비중이 높은 팀 구조를 갈아엎지 못한 것이 최근 추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삼성화재는 국가대표급 라이트 공격수인 박철우의 소집해제를 오매불망 기다렸지만 성적에 극적인 오름세는 없었다.
물론 아직 포기는 이르다. 7경기가 남았다. 최근 추세로 보면 준플레이오프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국전력이나 우리카드도 불안요소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2~4위권 팀들과의 맞대결을 차근차근 잡다보면 한 번쯤은 기회가 올 공산이 있다. 지금 당장 전술적으로 어떠한 획기적인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정비하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찾아올 3경기는 하위권 팀인 OK저축은행과 KB손해보험이다. 여기서 반드시 승점을 모두 따내야 그나마 봄 배구의 희망을 살릴 수 있다. 여기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다면 나머지 일정은 체력적으로 다소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삼성화재가 이대로 무너질지, 아니면 명가의 저력으로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올 시즌 V-리그 막판 일정의 관전 포인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