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로드의 퇴출 이후 울산 모비스는 다른 팀의 길을 걷고 있다. 팀 개개개인의 역할도 달라지고, 무게중심도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모비스는 지난달 31일, 골밑에서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던 찰스 로드를 퇴출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골밑에서의 존재감에서는 남달랐지만, 다소 불성실한 플레이로 유재학 감독의 골머리를 썩였던 로드였다. 결국 로드를 떠나보내며 모비스는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체질개선은 팀의 무게중심도 옮기는 동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는 그렇다.
로드 없는 모비스, 이제 골밑 중심은 이종현
일단 로드가 빠진 골밑은 이종현이 맡고 있다. 로드가 힘과 화려함에서는 앞설지 모르나, 그동안 공 소유 시간에 따른 다른 선수들의 공간 활용도에 있어서 적잖은 불협화음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유재학 감독은 로드 대신 이종현을 골밑의 중심, 그리고 팀의 중심으로 택했다. 이종현의 높이와 긴 리치, 그리고 부지런한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유재학 감독은 “이종현은 앞으로 팀의 중심을 맡는 것이 맞다”고 말하면서 이종현의 역할에 힘을 실었다. 지난 11일 LG와의 경기에서도 골밑에서 파괴력이 있는 제임스 메이스의 역할을 최소화시킨 것도 이종현의 높이다. 이종현이 골밑에서 버티자 메이스도 쉽사리 다른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다.
넓어진 공간, 살아난 밀러의 자신감
로드 퇴출은 이종현 뿐만 아니라 네이트 밀러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밀러는 제2옵션 역할에 가까웠던 선수. 스틸 능력은 탁월했지만 슈팅에는 다소 기복이 있었고, 슛 셀렉션도 좋지 않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밀러가 1옵션을 맡는 상황이 되자 밀러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밀러는 11일 LG전 17점 8리바운드 5스틸을 기록했다. 공수에서 안정적인 운영이 돋보였고, 수비에서는 장기인 날랜 손질로 고비마다 가로채기를 기록했다. 활동량이나 움직임 모두 이전보다 나아졌다. 당연히 경기력도 상승했다. LG전 이후 밀러는 “로드가 나가고 나서 공간을 찾는 움직임도 좋아졌고, 내 출장시간도 늘어나니 서서히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밀러는 로드의 퇴출 분위기가 감지된 지난달 29일 kt전부터 5경기 동안 평균 16득점을 올렸다. 시즌 평균인 12.7점보다 높아졌다. 자신감을 찾은 밀러가 이전까지는 로드가 주로 했던 화이팅을 외치는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는 것이 유재학 감독의 전언. 밀러는 팀 중심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축소된 함지훈의 존재감
이종현과 밀러가 현재 모비스 체제에서는 중심을 잡고 있다. 그러나 빛을 보는 선수가 있다면 자연스레 빛을 잃는 선수가 있기 마련. 함지훈은 현재 팀의 중심에서 다소 멀어진 상태다. 그동안 모비스 농구에서 양동근과 함께 한 축을 담당한 함지훈은 영리한 포스트업 능력과 코트 비전을 바탕으로 한 패스 능력, 뒤떨어지지 않는 슈팅 능력까지 갖췄다. 함지훈을 활용한 패턴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함지훈의 역할은 축소됐다. 이종현이 함지훈이 가지지 못한 높이를 가졌고, 밀러가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움직임이 좋아지면서 함지훈이 설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이종현, 밀러, 함지훈, 그리고 와이즈까지. 4명의 적절한 조합을 찾고 있는 유재학 감독인데, 그 사이에서 함지훈의 역할은 축소된 편이다.
함지훈은 11일 LG전 18분4초만 소화했고 7점을 올렸다. 그나마 4쿼터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출전시간이 분배됐다.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의 존재감이 줄어든 것은 본인이 이겨내야 한다. 자신감이 결여돼서 우물쭈물 하는 부분들이나 출장 시간을 생각하는 등 잡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그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감독 플랜의 우선순위에서 함지훈이 사라진 것은 맞지만, 플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기도 하다. 결국 함지훈의 역할 축소는 중심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과도기라고 풀이할 수 있다.
체질개선을 통해 모비스는 달라지는 중이다. 아직 완전한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대성이 가세했을 경우에는 유재학 감독의 그리는 모비스의 모습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체질개선과 퍼즐 찾기를 해 나가는 와중에 모비스는 12일 백투백 경기로 KGC를 만난다. 선두 KGC를 상대로 유재학 감독은 “KGC전은 승패를 떠나서 LG전을 치렀던 멤버로 해 볼 생각이다. 이 멤버가 경쟁력이 있는지 시험해 볼 것이다”며 현재 모비스 구성의 경쟁력을 시험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