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5)의 롯데 복귀는 단순히 야구 잘하는 4번타자가 돌아왔다는 의미 이상이다. 롯데 야구를 대표하는 리더의 복귀. 주장을 맡은 이대호의 리더십은 롯데를 확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효과는 선수단 곳곳에서 읽혀진다. 달라진 팀 분위기, 캠프 훈련장에 울려 퍼지는 화이팅 소리. 선수단을 둘러싼 공기를 글로 표현하기는 참 부족하다. 팀 동료들의 말을 빌어 달라진 롯데 선수단, 이대호의 리더십을 들여다 보자.
이대호가 일본과 미국에서 활약한 6년 간의 시간은 롯데의 20대 중후반 선수들까지 여백을 만들었다. 프로 8년차 오승택(26)이 기억하는 이대호는 2011년 딱 보름이다. 그는 "2011년에 내가 1군에서 뛰면서 15일 정도 이대호 선배를 본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승택은 "6년 전 보름 동안 내가 느꼈던 이대호 선배랑은 많이 달라졌다. 그때는 '진한 아메리카노'였다면 지금은 '부드러운 바닐라 라떼' 같다고 할까"라며 커피에 비유해 설명했다. 무서운 선배에서 인자한 캡틴으로 변했다.
또 다른 후배는 "대호형이 먼저 화이팅을 넣어주신다. 예전에는 선배들 말로는 조금 무섭다고 해야 할까, 엄청 셌다. 지금은 후배를 잘 다독여 주고, 실수하면 '똑바로 안 하나'라고 구박하는 게 아니라 '괜찮아, 실수하면 다음에 잘하면 돼'라고 하신다. 물론 터무니 없는 실수를 하면 바짝 정신차리게 혼낸다"고 말했다.
절친 최준석(34)이 보는 이대호의 리더십은 어떨까. 최준석은 "대호 성격이 부드럽다기 보다 강한 편이다. 어린 선수들은 잘 모르겠지만, 같이 야구 해본 선수들은 스타일을 안다"며 "대호가 부드럽고 살살 대하다가 확 휘어잡는 능력이 있다. 팀의 중고참 선수들도 긴장 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고, 팀이 잘 돌아가는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장이었던 강민호가 캠프 초반 하루는 유니폼을 안 입고 훈련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대호는 봐주는 것 없이 곧바로 강민호에게 벌금을 매겼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순철 해설위원은 "그런 사례가 이대호가 잘 한다는 것이다. 스타급 선수들도 팀의 일원으로 분위기를 잡아버리면 나머지 밑에 선수들은 알아서 따라온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훈련 도중에도 자신이 아는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한다. 지난 11일 투수와 야수들의 팀 플레이, 1루와 2루 주자 견제 훈련. 1루에 서 있던 이대호는 투수를 향해 "너무 빨리 고개를 돌린다. 1루수가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김민재 수비코치가 잠시 훈련을 중단시킨 후 투수들을 향해 "대호 말이 맞다. 포수 사인을 보고 바로 고개 돌리면 1루수가 여유가 없다. 고개를 천천히 돌려라"며 투구 동작을 시범보이며 사인의 합을 맞추는 것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훈련 때는 작은 것 하나에도 집중하고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대호는 휴식일에는 어김없이 후배들을 데리고 외출한다. 30~33세 그룹, 28~30세 그룹 이런식으로 돌아가면서 후배들을 식당으로 데리고 가 이런저런 대화로 팀 케미스트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단순히 밥을 산다는 것이 아니라 스킨십과 소통의 시간이다.
한 선수는 "아직 내 차례가 오지 않았는데, 곧 이대호 선배가 WBC 대표팀 합숙으로 떠난다. 시범경기 때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대호와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호가 불러일으키는 변화의 바람, 이대호 리더십으로 인해 롯데는 캠프에서부터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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