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고비를 넘겼다. 올 시즌 V-클래식 매치 우세 확정, 그리고 국내 선수들의 되살아난 컨디션까지 확인하며 의미 있는 승점 3점을 따냈다.
현대캐피탈은 1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의 라이벌 매치에서 세트스코어 3-1(25-21, 25-17, 25-27, 25-17)으로 이기고 승점 3점을 챙겼다. 승점 52점이 된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승점 50점)을 끌어내리고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올 시즌 V-클래식 매치(현대캐피탈 vs 삼성화재)에서도 4승1패를 기록,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세를 확정지었다. 1~3라운드에서 모두 이겼던 현대캐피탈은 4라운드 경기에서 삼성화재의 반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날은 안방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라이벌 삼성화재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강서브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서브 컨디션이 좋았다. 2세트부터는 더 힘을 냈다. 삼성화재의 리시브 라인이 완전히 무너진 틈을 타 차곡차곡 득점을 쌓았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팀 서브에서 9-3으로 앞섰다. 서브 에이스가 되지는 않았으나 삼성화재의 세트 플레이 시도를 무력화시키는 강서브가 코트 구석구석을 찔렀다. 경기가 비교적 쉽게 풀린 주 원동력이었다.
여기에 최근 주춤했던 국내 선수들의 컨디션 상승세를 확인한 것도 소득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공·수 모두에서 자신감 저하로 부진했던 톤 밴 랭크벨트를 퇴출시키고 레프트 자원인 다니엘 갈리치(등록명 대니)를 영입했다. 정규시즌 남은 경기는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내다본 포석이었다.
다만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걱정은 다른 곳에 있었다. 최 감독은 지난 9일 대한항공전 패배 이후 “외국인 선수가 문제가 아니다.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이 뚝 떨어져 있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고, 팀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덩달아 떨어졌다는 게 최 감독의 진단이었다. 그러나 이틀 만에 현대캐피탈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대니(14점)는 이날 서브와 블로킹에서 맹활약하기는 했으나 공격 성공률은 38.88%에 머물렀다. 승리에 큰 몫을 하긴 했지만 공격 성공률이 높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이 힘을 내 그 공백을 지웠다. 에이스 문성민이 60.46%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팀 내 최다인 26점을 올려 공격을 주도했다. 숨은 영웅은 레프트 박주형이었다. 고비 때마다 득점에 가세하며 15점을 보탰다. 성공률은 무려 78.57%에 이르렀다.
최근 활약상이 썩 좋지 않았던 센터 신영석도 살아났다. 공격에서 호쾌함을 되찾았다. 공격 성공률 62.5%에 블로킹 4개를 포함, 11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총 네 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훌적 넘겼다. 부상 이후 들쭉날쭉한 모습이었던 세터 노재욱의 토스웍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결국 배구는 6명이 하는 운동이다. 하나의 외국인 선수에 의존해서는 승리할 수 없다. 외국인 선수의 평준화가 이뤄진 올 시즌은 더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이날 경기는 최 감독의 걱정을 다소나마 덜어줄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전히 큰 공격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삼성화재는 3세트 들어 박철우를 센터로 쓰는 고육지책까지 쓰며 리시브 안정에 힘을 기울였으나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며 2~4위권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고비 때 마다 나온 범실(26개)은 현대캐피탈(16개)보다 훨씬 많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