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잊은 김성근, "선수 칭찬하다 시간 다 간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2.11 13: 36

"요즘 칭찬하다 시간이 다 가네". 
한화 김성근(75)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 칭찬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캠프 시작 전 성균관대에서 10일가량 어린 선수들을 지도한 김 감독은 "성대 학생들을 가르치며 또 하나 배웠다. 안 되는 선수라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화는 프로 선수들이다. 가르치는 재미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사실 캠프 첫 날부터 김 감독은 박종훈 단장과 갈등이 표면화되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김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이었다. 캠프 초반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게 돌아보면 아깝다. 그래도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밝은 분위기에서 훈련하고 있어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캠프에서 김 감독은 어느 때보다 선수들과 자주 대화한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랑 이렇게 자주 말하는 건 거의 처음이다. 요즘은 칭찬하다 시간이 다 간다"며 "새로 온 코치들이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고 있다. 이철성·최태원 코치가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지도하며 팀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 선수들은 하나같이 "캠프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년간 캠프 때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몸과 정신 모두 힘들었지만 이번 캠프에선 훈련량이 크게 줄진 않았지만 밝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김 감독 스스로도 "내가 먼저 장난을 치니 선수들도 웃더라"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요즘 선수들을 보니 재미가 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하나둘씩 올라오는 게 보인다. 투수 쪽에서 김범수, 권용우, 김재영, 김민우, 신세진이 스스로 공을 더 던지겠다고 말할 정도로 재미를 느껴간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갖는다. 작년 캠프에서 LG 분위기가 이랬는데 지금 우리도 비슷해지고 있다"고 기대했다. 
훈련 방법의 변화도 캠프 분위기를 바꾼 요소 중 하나다. 기술 훈련 시작 전 스트레칭 및 체조 시간을 1시간 넘게 대폭적으로 늘린 것이다. 지난 2년간 거듭된 부상 악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김 감독 나름대로 큰 결정을 했다. 김 감독은 "솔직히 그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수 있다. 공 하나 던지고 치고 받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방지다. 새롭게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올해 3년 계약기간의 마지막 해이다. 올 시즌 어떤 성적을 내더라도 재계약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김 감독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김태균·정근우·이용규 나이를 감안할 때 2~3년 내에 한화는 승부를 봐야 한다. 여기서 또 쓰러지면 팀이 계속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내가 떠나도 이어갈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에게 그런 의식을 심어주고 가겠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하나가 된 것이 보인다. 선수들을 보며 시름을 잊는다"며 희망적인 시즌을 기대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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