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한국전력, 팀의 한계와 싸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11 06: 00

한국전력은 올 시즌 V-리그에서 가장 많은 전기세를 내고 있는 팀이다. 전체 29경기 중 무려 절반이 넘는 15번이나 풀세트 접전을 벌였고, 그 중 11번이 홈에서 나왔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도 “우리도 풀세트는 싫다. 빨리 이겨서 숙소로 가고 싶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한국전력이다. 주전 선수들에 대한 비중이 크다.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했던 페이스가 조금 꺾인 이유를 여기서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굴하지 않는다. 8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둔 한국전력은 하루 휴식에도 10일 2위 경쟁자인 우리카드를 잡는 저력을 과시했다.
사실 선수들도 힘들다. 내부에서는 “이제 풀세트는 그만하자”라는 다짐까지 나온다. 주 공격수인 전광인은 “동료들끼리 풀세트 승부가 지겹다고 이야기한다. 전반기에 많이 했으니 후반기에는 좀 관리를 해보자는 말들을 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V-리그는 뚜렷한 평준화 바람이다.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는 다소 고전하는 양상도 풀세트 승부를 부추긴다.

하지만 그럴수록 팀원들이 똘똘 뭉쳐 더 힘을 냈다. 10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는 득점 후 선수들의 ‘액션’이 평소보다 더 컸다. 웜업존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우리는 힘들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경기 후 한국전력 선수들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주전 세터 강민웅은 “너무 열심히 세리머니를 해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투지도 불타오른다. 전광인은 10일 경기에서 공격 후 착지를 하다 발목을 살짝 접질렸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경기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신영철 감독도 “선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끔 정신력으로 버텨줬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떨어지는 체력을 정신력과 투지로 만회하는 셈이다. 신 감독도 최근 선수들의 훈련 일정을 이원화시키는 등 체력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처럼 체력과의 싸움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한국전력은 더 큰 한계에도 도전한다. 바로 상위권 도약이다. 한국전력은 V-리그 출범 이후 전형적인 약체였다. 한 시즌을 상위권에서 버텨본 경험이 없다. 때문에 그 첫 시험대인 올 시즌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좋은 경험은 다음 시즌에도 '교과서'가 된다. 나쁜 경험도 가치는 있겠지만 성공의 경험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신 감독도 “현재 한국전력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이 고비를 넘어서면 중위권 이상에서 놀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다. 반대로 무너지면 다시 중위권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라면서 “현대캐피탈이나 삼성화재와 같은 명문구단들은 뭔가의 힘이 있다. 자존심도 있어 그 힘으로 버티는 부분도 있다”며 한국전력도 그런 힘을 갖기 위해 올 시즌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개인 성적과는 별개로 팀 성적이 항상 아쉬웠던 전광인은 “다시 못올 수도 있는 자리(2위)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딱 그 시점이다”고 신 감독을 거들었다.
자신감도 있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 나름대로 큰 기복도 없고 잘 버티고 있다. 부상 없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간다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큰 포부를 드러냈다. 전광인도 동의한다. 전광인은 “우리의 승점이 떨어져 있을 뿐,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이긴 팀(19승)이다. 거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가기만 하면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전력이 비싼 전기요금을 내며 ‘승리 DNA’를 쟁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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