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결’ 이종현-박인태, ‘42리바운드’의 추억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2.11 06: 00

고교최고의 라이벌 센터였던 두 선수가 프로무대서 첫 대결을 펼친다. 
울산 모비스는 11일 오후 2시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창원 LG를 상대로 2016-17 KCC 프로농구 5라운드를 펼친다. 김종규가 무릎부상으로 빠져 이종현 대 김종규의 프로 두 번째 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박인태가 나서 이종현과 함께 신인센터 대결을 펼친다. 박인태와 이종현은 고교시절부터 라이벌관계를 형성했던 사이다. 특히 박인태는 이종현에게 꼭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지난 2012년 4월 11일 연맹회장기 4강전이 열린 11일 상주시민체육관에서 대형사건이 터졌다. 경복고 3학년 센터 이종현은 계성고를 상대로 무려 42리바운드(26점)를 잡았다. 중고농구연맹의 전산화 작업 후 한 경기 최다리바운드 신기록이었다. 현장에 있던 기자와 기록원들 모두 전산오류라 생각해 수차례 검증을 반복했다. 결국 42리바운드가 맞았다. 고교선수들의 슛이 부정확해 유독 리바운드가 많이 발생한 탓이 크지만, 이종현의 지배력은 그만큼 대단했다. 검증되지 않았지만, 이종현의 기록이 한국농구 역사상 한 경기 최다리바운드일 것이란 추측도 있다. 

당시 경복고는 최준용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이종현은 강했다. 박인태는 8점, 4리바운드에 그쳐 이종현에게 완패를 당했다. 경복고는 접전 끝에 계성고를 67-61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종현은 결승전에서도 최성모가 버틴 무룡고를 상대로 무려 46점을 폭격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종현의 ‘42리바운드’ 사건은 그가 고교3학년 신분으로 성인대표팀에 발탁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본 기자는 42리바운드 현장에 있던 유일한 취재기자였다. 두 선수의 대결을 앞두고 ‘내가 고교최강센터’ 박인태-이종현 ‘한 판 붙자!’라는 프리뷰 기사를 썼다. 이종현이 워낙 잘했지만, 박인태도 간만에 나온 걸출한 센터재목이었다. 특히 기동력과 탄력은 박인태가 나았다. 박인태는 쌍용고와의 8강전서 덩크슛을 터트리는 등 16점, 17리바운드, 5블록슛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맞대결에 앞서 기사를 읽었던 이종현은 마치 ‘최고는 나야’라는 것을 증명하듯 무자비한 플레이를 펼쳤다. 경기 후 이종현은 “고교무대에서 날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있는 김종규, 이승현, 김준일 형을 우상으로 바라보면서 뛰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이종현은 고려대로 진학해 이승현과 고대 전성시대를 활짝 연 뒤 프로에 데뷔했다. 
박인태도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연세대 고학년시절 은희석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부쩍 늘었다. 박인태는 4학년이던 지난해 연세대를 대학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이종현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프로 첫 대결서 두 팀의 승패는 루키센터들이 얼마나 해주느냐에 달렸다. 특히 박인태는 김종규의 몫까지 해내야 한다. 
박인태는 이종현과 프로 첫 대결에 대해 “종현이랑 대학 때 많이 해봤다. 고등학교 때까지 실력 차가 많이 났다. 웨이트에서 많이 밀렸다. 프로에 와서 종현이와 실력 차가 많이 차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고참들의 지원사격도 중요하다. 이종현은 프로농구 최고가드 양동근의 패스를 받는다. 박인태 역시 새로 가세한 조성민이 든든하다. 조성민은 “이종현을 5대5로 막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인태가 (이종현에 비해) 피지컬이 부족하지만 팀에서 이기겠다. 내가 맞으면 때려주겠다”면서 소속팀 후배를 챙겼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박인태(우)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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