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도 깜짝 놀란 김진우 '집념의 163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2.10 14: 41

"아니, 아직도 던지냐?"
10일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 오전 11시부터 불펜에서 KIA 투수들의 투구가 시작됐다. 첫번째 조로 양현종, 팻 딘, 손동욱과 함께 김진우(34)가 들어섰다. 그 후로 여러 투수들이 번갈아가며 불펜을 들락날락했지만 김진우만이 변함 없이 자기 자리를 지켰다. 
불펜 투구가 시작했을 때 투수들을 짧게 지켜본 뒤 야수들을 둘러보고 온 김기태 감독도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 감독은 "아니, 아직도 던지냐? 연장 12회까지 하는거냐"며 "많이 던지네.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 한마디했다. 김 감독이 돌아간 뒤에도 김진우의 투구는 멈추지 않았다. 

김진우는 이날 마지막 조였던 2년차 김현준이 던질 때까지 불펜에 끝까지 남았다. 약 40분간 처음 자리에서 불펜 투구를 끝낸 것이다. 투구수는 무려 163개. 당초 예정된 투구수를 훌쩍 뛰어넘는 개수. 불펜 투구 막판에서야 "이제 조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느낌이 온다"고 이야기했다.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는 추위에도 불펜을 끝낸 김진우의 얼굴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김진우는 "총 163개를 던졌다. 투구 밸런스가 안 좋다 보니 계획보다 많이 던지게 됐다. 지금까지 불펜 투구로 400개 정도 던진 것 같다"며 "전체적인 준비 과정은 잘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진 KIA 투수코치는 "예정된 개수보다 많이 던졌다. 이전까지 불펜 투구를 괜찮게 했는데 오늘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니 계속 던지려 하더라"며 "진우 스스로 너무 완벽해지고 싶어 한다.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의욕을 눌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진우는 지난 1일 캠프 첫 날부터 30개 공을 던지며 어느 때보다 빠르게 불펜 투구에 들어갔다. 지난 8일 80개 공을 던지며 페이스를 끌어올리더니 이날은 개수를 두 배 이상 크게 늘렸다. 건강한 몸으로 캠프 준비를 철저하게 해온 만큼 의욕적으로 부딪치고 있다. 
지난 2년간 김진우는 팔꿈치·햄스트링·발가락 등 다양한 부위에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1군 15경기 등판에 그쳤다. FA 취득도 2년이 미뤄졌다. 올해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헥터 노에시, 양현종, 팻 딘에 이어 KIA 4선발로 기대 모으고 있는 김진우가 준비 과정부터 어느 때보다 독을 바짝 품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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