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출범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2006년 초대 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올해 4회 대회를 맞는다. 11년의 시차가 있다. 네 번의 대회에 모두 출전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에 따르면 1~4회 대회를 개근한 선수는 전체 국가를 통틀어서도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야디어 몰리나(푸에르토리코), 아드리안 곤살레스(멕시코),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베네수엘라)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도 그런 선수들이 있다. 바로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과 김태균(35·한화)이 그 주인공이다.
10년 넘게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릴 만큼 강력하고도 꾸준한 기량을 과시했다는 증거다. 실제 두 선수는 데뷔 후 리그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김태균은 2001년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지난해까지 KBO 리그 통산 1653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 276홈런, 1157타점이라는 풍성한 기록을 남겼다. 오승환 또한 2005년 데뷔해 일본으로 떠나기 전인 2013년까지 통산 277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는 KBO 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그런 두 선수는 WBC에 꼬박꼬박 출전하며 대표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태균은 1회 대회 당시 야수 최연소 선수로 참가했다. 당시 이승엽·최희섭 등 선배들의 백업 선수로 출전해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회 대회부터는 주축으로 나섰다. 2회 대회에는 9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 OPS(출루율+장타율) 1.176, 3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대회 홈런·타점 랭킹을 주도했다. 대표팀 야수 중에서는 사실상 최고 활약이었다.
오승환도 2006년 4경기에서 3이닝을 던지며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는 등 국제무대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회 대회에서는 다소 주춤했지만 3회 대회에서는 3경기에서 2⅔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기록하는 등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고군분투했다. 당초 이번 대회에는 도박파문 문제로 제외되는 듯 했으나 불펜 전력 보강을 역설한 김인식 감독 및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강력한 의지로 결국 최종 발탁돼 개근을 이어간다.
두 선수는 이제 만 35세의 나이다. WBC의 존폐 여부가 거론되는 가운데, 4년 뒤 열릴 5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WBC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WBC는 이들의 주가를 높인 하나의 좋은 이벤트이기도 했다. 그만큼 마무리를 잘하면 이들의 야구 인생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는 대회가 될 수 있다.
책임감은 무겁다. 추신수(텍사스), 김현수(볼티모어),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라는 메이저리거 선수들이 모두 빠진 대표팀 타선이다. 김태균이 이대호와 함께 중심타선을 이끌어야 한다. 김태균이 흔들리면 팀 타선 전체의 짜임새가 흔들릴 공산이 매우 높다. 또한 1회 대회 최연소 야수였던 김태균은 이제 이대호와 함께 가장 나이가 많은 야수가 됐다. 당연히 팀의 리더 임무도 해야 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도 위용을 과시한 오승환은 유력한 마무리 후보다. 초창기에 비하면 WBC 참가국 사이의 전력차가 많이 줄어들어 경기 막판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당장 1라운드부터 상대할 팀들의 레벨이 1,2회 대회보다는 많이 올라갔다. 일발장타력들이 있어 경기 막판 변수가 된다. 오승환은 그 리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수다. 마무리가 무너지면 그 자체가 패배고, 패배는 조기탈락으로 이어진다. 김인식 감독이 비난 여론에도 오승환을 선발한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