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행’ 박병호, MLB 후회하게 만들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10 04: 49

결국 박병호(31·미네소타)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소속팀 미네소타에 이어 나머지 29개 구단의 냉정한 시선을 확인한 박병호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메이저리그(MLB) 팀들을 후회하게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네소타 구단은 10일(한국시간) “박병호가 웨이버 절차를 통과했으며, 트리플A팀인 로체스터로 계약이 이관됐다. 박병호는 이번 스프링캠프 때 메이저리그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일주일을 달군 박병호 이슈는 미네소타 조직 잔류, 마이너리그행으로 정리됐다.
미네소타는 지난 4일 불펜투수인 맷 벨라일을 영입하면서 박병호를 방출대기(DFA·양도선수지명) 처리했으며, 박병호는 웨이버 클레임(양수의사)을 받지 못했다. 박병호는 이번이 첫 방출대기 처분으로 웨이버를 통과했을 때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을 수는 없다. 이제 박병호는 공식적인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미네소타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당초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방출대기 처분한 것부터가 말이 많았다. 현지에서는 “놀라운 결정”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영입하기 위해 1285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투자했다. 또한 향후 3년간 보장 925만 달러(연봉 875만 달러+바이아웃 50만 달러)가 남아있었다.
미네소타의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클레임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를 풀기보다는, 지난해 실적과 연봉 측면에서 타 팀에 부담이 될 만한 박병호를 푸는 쪽으로 도박을 건 것이다. 만약 타 팀이 클레임을 건다고 해도 향후 925만 달러를 떠넘길 수 있어 마냥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결국 미네소타의 기대대로 박병호를 원하는 팀은 나오지 않았고 박병호는 이제 또 다른 출발점에 선다.
현지에서는 클레임이 없는 것에 의아해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통계전문사이트인 ‘팬그래프’의 대표 컬럼니스트 데이브 카메론은 “시카고 화이트삭스마저 박병호를 클레임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의문부호를 달았다. ‘팬그래프’의 에노 사리스 역시 “화이트삭스나 오클랜드가 클레임하지 않았다.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주로 ‘세이버매트리션’들을 중심으로 박병호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컬럼들이 나오기도 했다. 박병호가 지난해 정확성 측면에서 애를 먹은 것은 사실이지만, 방망이에 맞히기만 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타구를 뿜어내는 타자라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부진, 손목 부상의 여파, 남은 연봉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타 팀들이 섣불리 손을 뻗기는 부담이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병호는 지난해 첫 124타석 동안 9개의 홈런을 비롯, 타율 2할5푼7리, 출루율 3할3푼9리, 장타율 0.578을 기록하며 MLB 연착륙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그러나 패스트볼 적응 실패, 손목 부상, 그리고 부진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까지 겹치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7월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박병호는 정확성 측면에서 반등하지 못했고 끝내 손목 수술을 받고 시즌을 일찌감치 접었다. 이는 방출대기 처분이라는 큰 시련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박병호는 재활 과정을 통해 손목 부상을 털어낸 상황이다. 여기에 첫 시즌 경험을 통해 보완점을 찾아 약점을 수정하는 과정에 있다. 올해는 한층 나아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미네소타도 아직 뚜렷한 1루 및 지명타자 요원을 보강하지 못한 만큼 경쟁 자체가 지난해보다 더 심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캠프 훈련과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개막 로스터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다. MLB의 시선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이 곧 생존을 의미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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