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날 정도로 행복"..박혜경, 성대결절 딛고 돌아온 음색퀸[종합]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7.02.09 17: 29

"눈물 날 정도로 행복하다." 가수 박혜경이 말했다. 가수로서는 치명적인 성대결절을 극복하고 다시 대중 앞에 서면서 박혜경이 밝힌 소감이다. 눈물을 참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감격스럽고, 그만큼 그녀의 각오와 노력이 느껴져 대단했다. 
박혜경은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카페에서 20주년 기념 프로젝트 '4가지 맛' 발표 기념 음악감상회를 개최했다. 성대결절을 딛고 매력적인 보컬로 다시 대중과 만나게 됐다. 종합편성채널 JTBC '슈가맨'을 통해 용기를 얻고 복귀한 박혜경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한 해 동안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다. 
박혜경의 '4가지 맛'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담아내는 프로젝트다.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4가지 맛이라는 주제로 묶어 신곡을 발표, 과거의 히트곡을 현재의 감성으로 재탄생시키는 독특한 시도다. 

박혜경은 "사실 '4가지 맛'이라는 주제를 정했지만, 오늘의 주제는 달콤함이고 나머지 세 가지는 찾아야 할 것 같다. 사실 달콤함에 더 어울리는 것은 남자보단 여자인 것 같다"라며 "'4가지 맛'은 프로젝트 이름이다. '너드 걸'을 시작으로 나의 히트곡도 낼 거다. 몇 곡 음악 작업도 해놨다. 후배 가수와 콜라보를 할 수도 있고, 혼자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신곡을 내는 것으로 올 한해의 프로젝트다. 다음에는 어떤 맛이 될지 나도 모른다. 찾아봐야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달콤한 맛이다. 박혜경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알리는 '너드 걸(Nerd Girl)'은 다듬어지지 않은 듯 보이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깊이 빠져 있는 '너드'들을 위한 주제가. 예쁜 옷과 화장이 아니어도, 사람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200% 공감을 선사할 노래다. 여기에 세상의 획일적인 시선에 마음이 다치지않도록 지켜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마음을 담아냈다. 
이번 곡은 인디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스팝 듀오 롱디가 참여했다. 박혜경이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접한 후 롱디의 음악에 매료돼 함께 작업하게 됐다. 롱디는 '덕후' 기질이 있던 매력적인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너드 걸'로 풀어냈다. 
이에 대해 박혜경은 "나는 이 노래 가사를 보고 너무 나 같다고 생각했다. 너무 너무 맞더라. 데뷔 때보다 예뻐지긴 했다. 의료 힘을 빌리기도 하고 살도 빼고 화장도 하면 그나마 귀엽게 보인다. 사실 아름다운 용모와 남성에게 어필되는 성격은 아니다. 자기 주장도 너무 뚜렷하다. 소개팅할 때 내가 하도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고집이 세고 예민하다고 한다. 외모나 용모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미치도록 빠지는 스타일"이라면서 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혜경의 컴백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성대결절이라는 시련을 극복했기 때문. 오랜 시간 상상도 못할 절망에 휩싸였고, 재활을 하면서 또 힘든 시간을 보낸 박혜경이었다. '슈가맨'으로 용기를 얻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까지 현실적인 감성을 다시 아티스트의 감성으로 돌려놓기 위해 수없이 많은 음악을 듣기도 했다. 
박혜경은 "(성대결절 진단은)상상도 못할 정도로 절망이었다. 그걸 벗어난 게 '슈가맨'이었다. '슈가맨' 이후에 응원이 쏟아졌고, 캡쳐해서 매일 읽었다. 그 이후로 노래를 해야겠다는 용기를 냈다. 회사에서 엄청 많은 노래를 들려줬다. 4년 동안 모든 감성이 얼어버렸다. 현실적인 사람으로 돌아와서 곡도 안 나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회사에서 엄청 많은 노래를 들려줬다. 4년 동안 모든 감성이 얼어버렸다. 현실적인 사람으로 돌아와서 곡도 안 나왔다. 잠을 안 자고 엄청난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들었다. 롱디의 음악을 듣고 그 다음에 대표님께 '롱디를 찾아 달라'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이런 친구들이 이런 음악을 하고 있단 말이야. 데모를 보내왔을 때 정말 잘할 수 있다고 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라면서 '4가지 맛'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를 공개했다. 
성대결절 재활은 '피 눈물 나는' 훈련이었다. 좋아하는 노래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박혜경은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박혜경은 "피 눈물 나는 재활이었다. '고백'이 안 나왔다. 불과 이 친구들과 첫 곡 작업할 때도 남아 있었다. 성대를 붙이는 훈련을 했다. 처음 2년 정도는 말을 못했고, 1년이 지났을 때는 말은 했지만 몸도 마음도 정신도 다 망가졌다. 성대가 돌아와도 몸이나 건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 안 되더라. 지금은 성대가 돌아오고 내 기억에서 데미지, 충격을 없애는 거다"라고 털어놨다. 
또 "(목소리가)안 나오니까 마이크 잡는 게 제일 무섭고 두려웠다. 그걸 극복하기까지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이대로 정말 노래를 못하나 싶었다. 남들은 '재주가 좋다. 하는 게 많다'고 비꼴 수도 있지만 노래가 안 나와서였다. 나는 노래를 하고 싶었다. 오늘날 다시 노래하고 말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 너무 눈물 날 정도로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너드 걸'은 박혜경 특유의 매력이 잘 묻어나는 곡이다. 예쁘고 깨끗하기만 한 곡이 아닌, 거칠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있는 딱 '박혜경 스타일'이다. 박혜경은 "내가 미성으로 알고 있는데 오래 전부터 들어보면 탁성이 있었다. 보이스가 독특하고 탁성이 있다. 마냥 깨끗하지 않은 걸리는 목소리가 있어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라며, "이번에 녹음할 때도 엔지니어에게 '나의 까칠까칠한 목소리를 없애지 말라'고 했다. 나는 내 목소리를 꾸미는 것을 싫어한다. 내 음반의 목소리는 가급적이면 가공되지 않게, 녹음할 때도 마이크로 생으로 녹음한다. 엔지니어에게 나의 거칠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빼지 말아 달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고백'부터 '레몬트리', '주문을 걸어',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등 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면서 독특한 매력으로 음악 팬들을 홀린 박혜경. 감격스러운 프로젝트 진행의 자리인 만큼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그녀다. 음악을 다시 할 수 있어 진심으로 기뻐하고, 또 그만큼 열정적인 박혜경의 모습이 더 인상적인 컴백이다. /seon@osen.co.kr
[사진]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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