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졌다. 지금 당장 (1군 선수들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로 가도 될 것 같다”
팀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SK의 나머지 선수들은 현재 강화 SK퓨처스파크에서 묵묵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대만 도류구장에서 열릴 퓨처스팀 캠프 준비를 하는 선수들도 있고, 재활에 매진하는 선수들도 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지만, 그 차분함을 흥분으로 바꿔놓고 있는 선수도 있다. 사이드암 임치영(29)이 그 주인공이다.
겨울 사이에 큰 변화가 있었다. 팔각도를 낮췄다. 사이드암인 임치영은 프로 입단 후 조금씩 팔이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거의 오버스로우에 근접하게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시 팔을 내렸다. 지난해에 비하면 두 뼘 이상 낮아졌다는 것이 김경태 SK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의 설명이다. 보통 팔을 내리면 구속은 손해를 본다. 많은 옆구리형 투수들이 굳이 각도를 올리려고 하는 이유는 대개 구속 욕심이다.
그러나 임치영은 특별한 구속 손해 없이 힘찬 공을 던지고 있다. 김 코치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하고 있다. 공에 힘을 주면서도 제구에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있으니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팔에도 무리가 덜 간다. 김 코치 외에도 강화의 코칭스태프 모두 임치영의 투구에 주목하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시련의 겨울이었다. 임치영은 지난해 부상으로 퓨처스리그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전지훈련까지는 페이스가 좋았는데 어깨가 아팠다. 임치영은 “지난해에는 10m 앞으로 공을 던지기도 어려웠다”고 떠올린다. 1군 경력은 많지 않지만 퓨처스리그에서 매년 100이닝 가까이를 소화한 후유증이었다. 임치영은 “시즌 막판에 조금 던지나 싶었는데 통증이 다시 생겨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도 가지 못했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오히려 지난해 한 해를 푹 쉰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는 생각이다. 임치영은 “한국에 남아서 꾸준히 훈련을 했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아프지도 않다. 1년을 푹 쉰 것이 오히려 지금은 더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라면서 “대학 시절 좋을 때의 원래 폼으로 돌아갔다. 던지는 위치는 낮아졌지만 공을 때리는 포인트와 힘을 쓰는 기술이 좋아졌다”고 스스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치영은 고려대 시절 윤명준(두산), 문승원(SK)과 함께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보냈다. 4학년 때의 부진으로 지명순위는 조금 떨어졌지만 2012년 곧바로 1군에 데뷔했다. 처음에는 동기들보다 앞서 나갔다. 하지만 조금씩 정체되는 사이 지금은 뒤처진 신세가 됐다. 2013년 이후 아직 1군 등판 경험은 없다.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 만큼 더 물러설 곳도 없다. 1~2년 더 멈춰 있으면 후배들에게 완전히 밀린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절박함과 함께 2017년을 맞이하는 임치영이다. 임치영은 “항상 1군 캠프에 갔는데 2군 캠프는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지금 폼을 잘 유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잘 준비해서 시즌을 맞이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만과 1군의 2차 캠프가 열리는 오키나와는 바다를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다. 임치영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나간다면 그 거리는 더 좁혀질 수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