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모자란 김성근, 야간까지 '투수 만들기' 올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2.09 06: 06

"난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소름이 끼친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한화 김성근(75) 감독은 훈련 시간 대부분을 투수들과 함께한다. 야수진 훈련은 코치들에게 맡겨놓고 하루 온종일 투수, 투수에 매달리고 있다. 오전부터 3~4시간 불펜에서 보내는 게 일상이다. 숙소로 돌아간 뒤 야간에도 투수들을 모아 지도를 이어간다. 
지난 7일 저녁부터 김 감독은 투수들을 숙소 9층 연회장에 불러모으고 있다. 이날은 베테랑, 신예 가릴 것 없이 13명의 투수들이 모였다. 공 대신 수건을 들고 실전과 같은 동작을 취하는 섀도우 피칭을 위해서였다. 보통 코치들이 관리·지도하는 야간훈련이지만 김 감독이 앞장서서 지휘했다. 

김 감독은 "지금 투수 한 명이라도 더 만들어야 한다. 투수가 모자라지 않은가. 시간이 얼마 없다.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며 "섀도우 피칭을 통해 감을 잡을 수 있다. 투수들은 어느 한순간에 포인트가 잡힌다. 섀도우 피칭을 하고 난 다음날 윤규진과 김범수가 어마어마하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감독이 투수 만들기에 올인하는 것은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올 시즌 투수진 상황이 유동적이다. 권혁·송창식·안영명 등 주축 투수들이 재활조에서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모른다. 그들의 성공적인 복귀를 마냥 기다릴 수만 없다. 
김 감독은 "밤에 잠들기 전에 여러 생각을 한다. 난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만약 권혁이 복귀하지 못하면 좌완 투수가 없다. 박정진말고는 확실하게 계산 서는 좌완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소름이 끼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상황이 이렇다면 어떻게든 방법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몇몇 투수들의 성장세가 보여 힘이 된다. 김 감독은 "김범수와 김재영이 정말 좋아졌다. 김범수는 요즘 스스로 던지는 재미를 맛들린 것 같다. 불펜에서 120개 던지고도 더 던지겠다고 한다. 김재영도 이젠 하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왼손 김경태도 조금 고치니 조금씩 계속 좋아지고 있다"며 "이태양·장민재도 몸을 잘 만들었다"고 젊은 투수들에 만족해했다. 
베테랑 투수들도 예외는 없다. 배영수를 비롯해 이재우·심수창·윤규진·정우람이 불펜투구를 시작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이제 하나둘씩 불펜에 들어올 때가 되지 않았나. 제대로 던지지 않으면 돌려보낼 것이다"고 엄포를 놓으며 "12일부터 연습경기에 들어가는데 하루 10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8일 저녁 6시30분까지 고친다구장에서 야수들의 야간 훈련을 지켜본 김 감독은 숙소로 돌아가 7시30분부터 다시 투수들을 9층 연회장으로 불러모았다. 투수 만들기에 24시간 모자란 김 감독이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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