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가 말하는 국가대표의 의미란
FA 마지막 시즌, 올해는 꼭 가을야구
"너무 속상해서 술한잔했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5·한화)는 지난 1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불참을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던 그는 지난달 개인훈련 중 통증이 재발됐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홍남일 트레이닝코치로부터 1대1 특별 전담을 받으며 재활훈련을 진행 중이다. 개막전 합류를 목표로 페이스를 조심스럽게 조절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무려 7개 국제대회에서 40경기를 출전한 정근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WBC까지 모든 국제대회 우승을 꿈꿨지만 무릎 부상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남들은 "국가대표에서 봉사할 만큼 했는데 쉬는 게 좋지 않냐"라며 위로한다. 그래도 정근우의 생각은 다르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무릎 통증이 재발했는데 어떻게 됐나.
▶ 프로 와서 수술을 받은 건 처음이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수술인데 처음에는 상태가 빨리 회복됐다. 걷고 뛰는 데 무리가 없어 WBC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달 개인훈련 중 왕복 달리기하며 뒤로 달리며 그만 무리가 왔다.
- 시즌 개막에는 맞출 수 있는 것인가.
▶ 홍남일 코치님과 1대1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아직 무릎을 비롯해 하체 운동은 조심스럽다. 상체 위주로 몸을 만들고 있다. 캐치볼은 계속 한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WBC에 못 나가는 게 아쉽지, 시즌 준비는 큰 문제없다.
- WBC 불참이 정말 많이 아쉬운가 보다.
▶ 너무 속상해서 불참을 결정할 때 술한잔 마셨다. 솔직하게 남들은 '오히려 시즌 준비에 집중할 수 있고, 여러모로 편해진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대표팀 갈 때마다 뭔가를 계속 배워왔다. 성적이 좋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좋은 경험이었다. 선수뿐만 아니라 나중에 지도자가 됐을 때도 자산이 될 시간들이다.
- 가족들과 상의를 할 정도로 고민했다고 들었다.
▶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에서 한다. 아들 둘과 딸에게 아버지가 국제대회에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내도 내가 뛰길 바랐다. 그동안 모든 국제대회를 해외에서 치렀다.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팀에 못 갔다. 우리나라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아쉽다.
- 정근우에게 국가대표란 어떤 의미인가.
▶ 선수로서 한 단계 클 수 있는 기회였다. 국제대회를 통해 혜택을 받기도 했고, 나 역시 후배들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다음에 또 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제든 불러주시면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은 뭔가 마음을 다르게 한다.
- WBC 불참에 이대호가 유난히 아쉬워하더라.
▶ 대호가 '다시는 보지 말자'고 온갖 욕을 다하더라(웃음). 욕이란 욕은 다 들었다. 1982년생 동기들이 함께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 (추)신수는 부상방지위원회가 있는 메이저리그 사정이 있었고, 나 역시 무릎 때문에 이렇게 됐다. 그래도 대호와 (김)태균이가 대표팀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 WBC 대표팀에 대해 걱정의 시선이 크다.
▶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야구, 특히 대표팀은 전력이 전부가 아니다. 선수들의 뭉치는 힘이 크게 작용한다. 우리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다면 어떤 힘이 나올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대표하는데 그렇게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투수진이 괜찮고, 포수 (양)의지가 적재적소 리드로 팀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 개인 이야기로 돌아가 작년 골든글러브를 아깝게 놓쳤다.
▶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내가 골든글러브를 받을 줄 알았다(웃음). 타율은 (서)건창이에게 뒤졌지만 홈런과 타점이 앞섰고, 득점 타이틀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WBC에 불참하는 것만큼 아쉽진 않았다. 그때는 술 마시지 않았다(웃음).
- FA 계약 마지막 시즌인데 각오가 남다를 듯하다.
▶ 벌써 4년이 흘렀다. 시간 참 빨리 간다. 처음 한화와 FA로 계약하고 나서 (이)용구와 함께 제주도에 와 김응룡 감독님 만난 게 엊그제 같다. 감독님이 '고기 많이 먹어'라며 좋아하셨는데…. 한화에서 (FA 재계약으로) 잡아주지 않을까. FA에 앞서 올해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집중하겠다. 올해는 꼭 5강에 들어갈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