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TOP 10] "광고 소환 거부한다" 2사에 강한 타자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2.09 13: 00

[OSEN=최익래 인턴기자] 득점의 불씨가 꺼져가는 상황. '해결사'는 누구일까?
지난해 KBO리그에서 2아웃 후 나온 득점은 3119점. 총 득점이 8074점이었으니 전체의 약 39%다. 노아웃(21%) 상황보다 많았고 1아웃(40%) 때보다는 조금 적었다. 2아웃 상황에서 타자들은 '이닝을 내 손으로 끝내면 안된다'는 부담을 느끼고 벤치는 별다른 작전을 지시하기 힘들다.
중계방송사는 3아웃 후 공수 교대 시간에 광고를 튼다. 팬들은 2아웃 후 아웃이 잦은 타자들을에게 "광고를 소환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그러나 득점의 불씨가 꺼져가는 2아웃 상황에서 유달리 집중력을 발휘하며 온몸으로 '광고 소환'을 거부한 이들도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55명의 타자 중 2아웃 상황 OPS(출루율+장타율) 상위 10명을 살펴보자. (기록은 타율-출루율-장타율-OPS순)
10. 김민성(넥센) 0.320/0.398/0.573/0.971 10홈런, 55타점
201타석으로 이 부문 팀 내 1위에 올랐다. 눈여겨볼 부분은 홈런. 김민성은 지난해 17홈런을 때렸는데 이 중 10개가 2아웃 후였다. 다만 솔로홈런이 6개였다는 점은 넥센의 앞선 타자들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김민성은 2아웃 득점권에서도 타율 3할7리로 제 몫을 다했기 때문이다.
9. 닉 에반스(두산) 0.294/0.464/0.508/0.972 6홈런, 31타점
에반스의 시즌 타율은 3할8리다. 2아웃 후 타석에서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 그러나 출루율이 4할1푼에서 4할6푼4리으로 5푼 이상 뛰었다. 김태균(한화)에 이어 이 부문 볼넷 전체 2위. 22.2%의 볼넷 비율은 오히려 김태균(21.1%)보다 낫다. 4월까지만 해도 출루율 2할대 타자였던 에반스는 5월부터 달라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초반보다 선구안이 훨씬 좋아졌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8. 이승엽(삼성) 0.311/0.403/0.574/0.977 11홈런, 50타점
올 시즌 은퇴 시즌을 맞이하는 이승엽. '전설'은 아웃카운트를 가리지 않았다.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시즌 성적보다 훌쩍 상승했다. 특히 오재일, 정의윤(이상 108루타)에 이어 2아웃 상황 루타 수 3위였다. 11홈런에 2루타 13개, 3루타도 1개 있었다. 볼넷도 25개나 골라냈다.
7. 에릭 테임즈(前 NC) 0.277/0.405/0.573/0.978 12홈런, 49타점
이 명단 중 2아웃 상황 타율이 가장 낮다. 시즌 타율 3할2푼1리에 비춰봐도 4푼 이상 떨어진다. 그러나 출루율과 장타율이 모두 뛰어났다. 테임즈는 2아웃 후 40안타를 때려냈는데 21개가 장타였다. 이 중 홈런은 12개로 이 부문 전체 2위였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들이 굳이 무리해서 승부를 걸지 않았다. 만루 상황이 아니고서야 볼넷으로 내보내도 된다는 판단이었다. 때문에 출루율에서도 재미를 본 것이다.
6. 황재균(前 롯데) 0.319/0.384/0.594/0.978 9홈런, 53타점
2010시즌 도중 넥센에서 롯데로 트레이드 된 황재균. 이적 초반만 해도 그에게 '광고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1아웃 상황에서 병살타를 치거나, 2아웃 상황에서 아웃되는 모습에 롯데팬들은 답답해했다. 그러나 황재균은 해마다 성장을 거듭했고 2아웃 상황 집중력에도 마찬가지로 달라졌다. 그는 지난해 이 상황에서 51안타를 때려냈는데 9홈런과 4개의 3루타를 포함해 장타가 22개다. 2016년의 롯데는 황재균이 타석에 들어서면 아웃카운트가 하나 남았음에도 단숨에 득점권 주자를 갖게 된 셈이다.
5. 대니 돈(넥센) 0.323/0.467/0.534/1.001 6홈런, 34타점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타자들 중 홈런 6개로 닉 에반스와 함께 꼴찌다. 장타율이 0.534로 가장 낮았지만 OPS 5위에 오른 이유는 출루율이다. 대니 돈은 살아나가는 데 집중했다. 2아웃 후에만 볼넷 34개를 얻으며 출루율이 4할6푼7리에 달한다. 이 상황 삼진은 15개로 규정타석을 채운 55명 중 최소 5위다. 넥센은 “부상만 없다면 선구안을 앞세워 공격을 이끌 것이다”라는 이유로 재계약을 선물했다.
4. 박석민(NC) 0.333/0.465/0.627/1.092 9홈런, 53타점
언뜻 '웃긴 선수'로만 기억하기 쉽지만 박석민은 타석에서 집중력이 뛰어난 타자다. 2아웃 상황에서 그 집중력은 더 올랐다. 이 상황 기록이 시즌 성적(타율 3할7리, 출루율 4할4리, 장타율 0.578, OPS 0.982)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낫다. 2아웃 상황 타석은 185번으로 이 명단에 든 10명 중 가장 적다. 그러나 타점 4위에 오르며 해결사의 면모를 뽐냈다.
3. 최형우(KIA) 0.381/0.481/0.646/1.127 11홈런, 64타점
지난해 타점왕답게 2아웃 후 올린 타점도 64개로 1위였다. 또 11개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재미난 건 홈런이 나온 상황이다. 솔로포 2개를 제외하면 9개 모두 주자가 있을 때 나온 대포였다. 또, 만루 홈런 두 개를 뺀 나머지 7개가 투런포였다. 대다수의 2아웃 상황 홈런이 동점 내지 점수 차가 적을 때 나온 상황이었다. 득점이 쉽지 않아 보일 때 한 방을 쳐주는 4번타자. 최형우가 지난해 삼성에서 보여준, 올 시즌 KIA에서 보여줄 모습이다.
2. 강민호(롯데) 0.388/0.503/0.716/1.219 9홈런, 33타점
이 부문 출루율 1위, 장타율과 OPS 2위다. 주목할 점은 삼진과 볼넷. 강민호는 통산 499볼넷/971삼진(0.51)로 삼진이 많은 타자였다. 지난해에도 66볼넷/91삼진(비율 0.72)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2아웃 후 26볼넷/23삼진(1.13)으로 오히려 볼넷이 삼진보다 더 많았다. '캡틴'의 책임감이었을까? 강민호는 두 번 중 한 번은 살아나가며 광고 소환을 거부했다.
1. 오재일(두산) 0.355/0.457/0.783/1.240 16홈런, 62타점
지난해 '2아웃 깡패'는 오재일이었다. 이 부문 장타율, OPS, 홈런 1위. 타점도 최형우에 이은 2위였으니 실로 대단한 집중력이다. 특히, 작년 홈런 27개 중 16개가 2아웃 상황에서 터져나왔다. 10.25타석 당 하나를 때린 꼴인데 순도도 높았다. 만루홈런과 석 점 포 각각 1개씩을 비롯해 투런포 9개를 때려냈다. 솔로포는 5개뿐. 오재일이 지난해 4번타자(135타석)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두산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의 짜임새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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