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살짜리가 저 정도 치면 대단한 거 아닌가".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는 KIA 박흥식(55) 타격코치가 한마디했다. 최형우·김주찬·이범호·나지완 등 주전 고참조들을 보고 한 말이 아니었다. 주전들이 훈련을 마치고 개인 훈련을 위해 숙소로 돌아간 뒤 남은 어린 선수들이 쉴 새 없이 날카로운 타구를 날리자 박 코치는 넋놓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지난 1996년부터 삼성·넥센·롯데·KIA 4개 구단에서 22년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베테랑 지도자 박 코치는 "지금 이 선수들이 4~5년 후에는 앞으로 KIA의 미래가 될 것이다. 30대 중후반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데 다음에는 이들이 대를 이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팀도 젊어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KIA 어린 선수들은 매일 정해진 훈련을 마친 뒤 '자아발전' 시간을 갖는다. 지원자에 한해 필요로 하는 훈련을 알아서 하는 식이다. 2년차 최원준(20) 이진영(20) 류승현(20) 김규성(20) 김석환(18) 등 이제 갓 프로에 들어온 1~2년차들이 코칭스태프들이 구장을 떠난 뒤에도 남아 알아서 자율 훈련을 한다.
코칭스태프 이동 전 이들을 지켜보던 박 코치는 "좋은 선수들이다. 지난해 1군에서 잠깐 뛰었던 최원준이나 이진영은 물건이다. 치는 기술이 좋고, 하체 훈련으로 몸을 잘 만들었다. 김석환은 이제 고등학교를 나온 신인인데 처음 이승엽을 보았을 때가 생각날 정도다. 그때 승엽이보다 몸은 더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박 코치는 "김규성도 자질이 있다. 유격수로 김선빈의 뒤를 잇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류승현 역시 키(176cm)는 작아도 단단하다.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린다"며 "전부 처음 팀에 입단했을 때에 비해 몸이 좋아졌다. 하체 웨이트를 주문했는데 잘 만들어왔다. 타격은 골반, 엉덩이 힘이 있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지만 노력한 모습들이 보인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 코치는 "이 선수들이 올해 당장 1군에서 쓰지 않더라도 여기 캠프에 와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기존 고참 선수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 자신감이 붙었다"며 "이 선수들에게도 조금더 시간이 주어지면 전력으로 올라올 것이다"고 자신했다.
지난 2015년부터 김기태 감독 체제로 리빌딩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KIA는 올해 최형우가 가세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기대받고 있다. 당장 올 시즌 성적에 몰입해야 할 상황이지만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팀 전체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어 KIA 캠프는 어느 때보다도 희망 차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