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괌 1차 캠프에서 선수단을 지원하는 구단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눈빛과 움직임이 확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올 시즌이 끝난 뒤 현역 은퇴를 선언한 '맏형' 이승엽부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뒤 프로 무대를 밟은 최지광(투수), 김성윤(외야수) 등 막내까지 쉴새없이 뛴다. 느슨함은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김한수 감독이 추구하는 경쟁 구도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정규 시즌 9위로 추락한 삼성은 내부 자원을 활용한 전력 강화를 꾀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수불가결하다. 지금껏 보여준 게 없더라도 악착같이 하고자 하는 선수에게는 기회의 문이 항상 열려 있다. 반면 주전급 선수라도 느슨한 모습을 보일 경우 벤치를 지킬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런 게 바로 내부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다.
김한수 감독은 "일찌감치 괌 캠프에 합류한 선수들도 몸을 잘 만든 것 같다. 투수와 야수 모두 진짜 열심히 하고 있다. 선수들 모두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내가 원하는 경쟁 구도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한수 감독은 '괌 1차 캠프에서 돋보이는 선수가 누구냐'는 기자의 물음에도 말을 아꼈다. 모든 선수들을 동등한 시각으로 바라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선수들도 김한수 감독이 추구하는 원점과 경쟁의 의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 고참급 선수는 "감독님께서 고참 선수들을 최대한 배려해주시면서도 그라운드에서 만큼은 동등하게 대하신다. 방심하는 순간 끝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현재 분위기를 설명했다.
반면 그동안 1군 승격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유망주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열려 있다. 선수 본인이 어느 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주어진다고 굳게 믿었다. 팀내 주요 기대주로 평가받는 한 선수는 "감독님께서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기회를 주신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큰 힘이 된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예년과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나 뿐만 아니라 또래 선수들에게도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퓨처스팀은 6일부터 대만 타이중에 전훈 캠프를 차렸다. 지난해까지 괌에 전훈 캠프를 차졌지만 올해부터 원활한 연습 경기 일정 확보를 위해 대만으로 장소를 옮겼다. 9차례 연습 경기가 예정돼 있다. 김한수 감독은 이번 전훈 캠프부터 1,2군 선수 교류를 활발하게 해볼 생각이다.
"오키나와와 대만은 가깝다". 김한수 감독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대만 퓨처스 캠프에서 두각을 드러낼 경우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시키고 오키나와 캠프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인다면 대만 퓨처스 캠프 또는 조기 귀국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김한수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겠다.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면서 특정 선수를 정해놓고 육성한다기 보다는 누구든 제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해 결과를 낸다면 반드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역 시절 '소리없는 강자'라 불렸던 김한수 감독은 항상 묵묵하게 꾸준히 활약한 덕분에 삼성 뿐만 아니라 타 구단 팬들에게까지 인정을 받았다. 2002년 주장을 맡으면서 삼성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 과정에서 팀융화에 큰 공헌을 했다. 사령탑 부임 이후에도 조용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사자 군단을 강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말했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고. 삼성이 김한수 감독의 조용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명가 재건에 성공할까. 일단 출발은 좋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