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감독의 새로운 울산은 아직 색깔이 없었다.
울산은 7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치러진 2017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에서 키치SC(홍콩)와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서 4-3으로 승리했다. 울산은 천신만고 끝에 올 시즌 2017 ACL 진출권을 따냈다.
울산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몸값과 실력 면에서 키치는 한 수 아래였다. 하지만 울산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거의 운동장을 반만 사용하며 일방적으로 상대를 두들겼지만, 위협적인 장면은 몇 번 없었다. 선수들은 갈팡질팡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았다. 설상가상 연장전을 치르면서 울산의 체력은 바닥났다. 연장전 상대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행운이 뒤따랐다. 승부차기서 실축을 주고받은 끝에 겨우 이겼다.
김도훈 감독은 인천시절 보여준 ‘늑대축구’를 업그레이드한 ‘호랑이축구’를 구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음만 앞섰다. 비시즌 선수들은 몸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까지 겹쳐 선수들 몸은 더욱 굳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종호를 최전방에 세웠지만, 살려줄 대책은 없었다. 의미 없는 크로스가 난무했다. 김도훈의 축구가 무엇인지 팬들은 알 수 없었다.
물론 이유는 있다. 지난 시즌 K리그 4위 울산은 자력으로 ACL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리그우승팀 서울이 FA컵 우승까지 차지했다면, 울산까지 기회가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FA컵 우승은 수원이 했다. 기회는 극적으로 찾아왔다. 아시아챔피언 전북이 심판매수 사건으로 아시아축구연맹에 의해 올 시즌 ACL 진출권을 박탈당했다. 스페인 전지훈련 중이던 울산은 갑작스럽게 플레이오프 참가 통보를 받았다.
경기 후 제임스 추 키치 감독은 “울산은 시즌 준비가 짧아 경기력이 떨어진 것 같다. 조직력이 부족했다. 공격에서 찬스를 너무 못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다. 선수들이 끝까지 뛰어서 잘했다. 오늘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다. 핑계대지 않겠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앞으로 경기내용은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김도훈 감독은 끈끈한 지도력으로 인천의 강등을 막았다. 하지만 울산은 K리그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다. 무게감이 다르다. ACL 진출로 울산은 두 가지 시즌을 병행해야 한다. 김도훈 감독에게 새로운 경험이다. 김 감독은 “울산은 항상 우승을 노리는 구단이다. 더 노력해야 한다. 부담감은 언제나 갖고 있다. 선수들이 다 같이 간다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선수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울산 데뷔전을 치른 이종호는 “스페인에서 ACL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수단이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감독님이 지시한 것을 수행하기에 맞춘 시간이 너무 짧았다. 앞으로 2주의 시간이 있다. 우리가 잘 못한 점을 파악했기에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ACL 진출의 기쁨도 잠시다. 울산은 당장 2주 뒤 가시마 앤틀러스 원정경기를 떠나야 한다. 2월 28일에는 가시마를 울산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3월 4일 울산에서 포항과 ‘동해안 더비’를 시작으로 K리그가 개막한다. 그야말로 쉴 틈이 없는 일정이다. 과연 김도훈 감독은 앞으로 2주 만에 ‘호랑이축구’를 완성할 수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
[사진] 울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