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역적’·‘김과장’..월화수목 사이다 바람이 분다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2.07 17: 00

‘역적’에 ‘김과장’까지, 지금 브라운관에는 ‘사이다 바람’이 거세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 3회에서는 노비 아모개(김상중 분)가 양반인 참봉부인(서이숙 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옥에서 살아 돌아오는 모습이 그려졌다.
‘역적’은 홍길동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로, 아모개는 홍길동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아모개는 본래 주인에 복종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노비였으나, 주인 때문에 죽은 아내와 아기장수의 운명을 타고 태어난 아들 길동이로 인해 변모하는 인물이다.

아모개의 변화는 3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는 조참봉(손종학 분)을 죽였고, 거기에 자신을 압박하는 참봉부인과의 기싸움에서도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막판에는 자신을 옥에 가둬둔 강상죄로 참봉부인을 압박해 결국 승리를 쟁취한다. 아모개는 결국 참봉부인의 “미안하네”라는 사과를 받기까지 한다.
‘역적’은 ‘노비라면 진정 주인에 복종하는 게 순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스스로 답을 구하는 아모개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렸다. 저절로 ‘역적’은 양반에 반기를 든 노비의 저항이 주는 통쾌함을 그렸고, 부패한 기득권에 염증을 느끼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뻥 뚫어줬다.
거기에 ‘역적’은 뻔하지 않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 시청자들의 호평을 자아냈다. 평범한 드라마였다면 아모개가 옥에서 죽고, 이를 통해 길동이가 각성하는 내용으로 흘렀을 테지만, 아모개는 스스로의 힘으로 옥에서 당당하게 나왔다.
아모개가 옥에 갇혔다가 나오기까지 단 한 회였다. 빠른 속도로 아모개와 참봉부인의 대립을 그려낸 덕에 시청자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었고, 한 회를 더욱 묵직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덕분에 ‘역적’은 3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고공 행진을 할 수 있게 됐다.
스토리로 보나, 의미로 보나 ‘역적’은 그야말로 ‘사이다’의 정점이다. 하지만 ‘역적’만이 사이다 드라마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도 사이다 드라마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과장’은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 분)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다. 김성룡은 자신이 ‘삥땅’ 치려 들어갔던 TQ그룹에서 본의 아니게 정의의 사도로 거듭난다. 김성룡은 극중 회장 아들에게 “경리부가 호구냐. 네 현금자동지급기냐. 아버지가 회장이면 개념을 지하주차장에 놓고 와도 돼?”라고 하며 일갈을 하는 등 기득권을 향한 촌철살인을 날린다.
김성룡의 대사 하나하나는 최근 ‘갑질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한다. 거기에 좀처럼 스토리가 막히는 구석이 없다. 스토리가 답답해지려 하면 김성룡이 화끈하게 한 방 뻥 걷어 차주니 말이다. 사이다 매력의 ‘김과장’은 4회 만에 수목극 1위로 올라섰다.
이처럼 최근 드라마계는 ‘사이다 드라마’가 인기다. 답답한 시국에 가끔은 촌철살인을 날리고, 가끔은 풍자를 하는 드라마 주인공을 통해 시청자는 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 TV에 부는 ‘사이다 열풍’이 과연 또 어떤 사이다 드라마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 yjh0304@osen.co.kr
[사진] ‘역적’, ‘김과장’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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