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익래 인턴기자] 작년까지 포수들은 고의볼넷 사인을 낸 뒤에는 캐처박스 밖으로 나가 일어선 채로 공을 받는다. 어쩌면 올 시즌부터 메이저리그(MLB)에서 이 장면을 더는 못 볼 수도 있다.
미 스포츠매체 ‘ESPN’은 7일(한국시간) “MLB가 고의 볼넷 규정과 스트라이크존에 손질을 가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MLB사무국은 선수 노조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수비팀이 고의 볼넷을 알리면 투수의 별다른 투구 없이 타자가 바로 1루로 향하는 것이 자동 고의 볼넷의 골자다. 또한 스트라이크존 변경은 현행 타자 무릎 아래쪽에서 무릎 중간이나 위쪽으로 올리자는 내용이다. 사무국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스트라이크존은 현재보다 2인치 정도 높아질 전망이다.
MLB는 지난해부터 이 두 안건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역설해왔다. 지난 2015시즌 취임한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가장 관심을 쏟는 분야는 스피드업(경기 시간 촉진)이다. MLB사무국은 이 두 가지 변화 모두 스피드업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만프레드는 고의 볼넷을 내주기 위해 투수와 포수가 볼을 주고받는 시간을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이를 없애자고 강조했다.
ESPN은 “MLB에서 고의 볼넷은 5.2경기당 한 개 꼴로 나온다. 어쩌면 고의 볼넷 시간을 줄이는 게 실제 경기 시간 단축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MLB는 의미없는 공 4개를 던지는 것이 시대에 뒤처졌다고 생각한다. 이 변화가 경기 단축을 위한 노력으로 비춰지길 원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고의 볼넷이 경기에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면 스트라이크존은 훨씬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ESPN은 “현재 삼진과 볼넷 비율을 더하면 30%에 육박한다. 지금 MLB는 가장 수동적인 시대다. 스트라이크존의 수정은 더 많은 안타와 주자의 움직임을 기대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스트라이크존의 수정은 투수와 타자 모두에게 직접적이면서도 큰 영향을 끼친다. 즉,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셈이다. 선수들 역시 찬반이 갈리는 분위기라 이를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고의 볼넷 규칙 변경은 올 시즌부터 도입 가능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반응은 생각만큼 열광적이지 않다. ESPN에 따르면 선수들은 “추후 다시 생각해보겠다” 정도의 미온적인 언급을 남겼다고.
과연 만프레드 커미셔너의 제안이 야구의 풍경 하나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까? 작지만 큰 변화는 당장 올 시즌부터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ing@osen.co.kr
[사진] 고의 볼넷 장면.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