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이대호·김태균과 최고 타자 경쟁
"경쟁심으로 더 좋은 기록 나올 것" 기대
"올해 야구 보시는 분들은 행복할 것 같아요".
KIA 4번타자 최형우(35)는 요즘 여러모로 설렌다. 새로운 팀에서 새출발하며 데뷔 첫 국가대표로 발탁돼 WBC 참가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이대호(롯데)의 국내 복귀로 김태균(한화)과 함께 펼쳐질 KBO리그 최고타자 레이스에 누구보다 기대가 크다. 세 선수 모두 홈런왕 출신으로 정확성과 장타력, 그리고 선구안과 결정력까지 갖춘 최고 4번타자들이다. 지난 6일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만난 최형우에게 최고타자 경쟁에 대해 물어봤다.
▲ 이대호·김태균과 최고 경쟁 기대
최형우는 이대호의 복귀에 대해 "올해 야구 보시는 분들은 행복하실 것 같다. 재미있을 것이다. 경기를 뛰는 우리 선수들은 승패에 집중하지만, 지켜보시는 팬분들은 승패뿐만 아니라 개인 기록까지 프로야구를 즐기실 게 많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대호형처럼 잘 치는 타자가 오니까 좋다. 경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며 환영 의사를 표했다.
지난해 최고타자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뤘던 김태균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균은 출루율 1위를 차지했지만 타율·안타·타점에서 최형우에 아깝게 밀려 2위에 만족했다. 김태균은 "우리나라에서 진짜 최고는 최형우다. 못 치는 볼이 없고, 홈런도 잘 치고, 내가 추구하는 타격 스타일이다. 옆에서 보고 배우고 싶을 정도"라고 인정했다.
최형우는 "태균이형 같은 선수가 좋게 말해줘 감사했다. 몇 년 전부터 1루에서 만나면 태균이형이 '네가 최고'라고 말했는데 그때마다 '어디 가서 쓸데 없는 소리마세요'라고 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김태균은 FA 계약 전 "형우가 우리팀에 왔으면 좋겠다. 어떻게 데려오면 안 되나"고 말할 정도로 진심 어린 애정을 보였다.
이대호·김태균 그리고 마지막 시즌을 치를 이승엽(삼성)까지, 홈런왕 출신 타자들의 최고 경쟁이 흥미로워졌다. 이들이 같은 시기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최형우는 "다 같이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게 좋다. 경쟁심 때문에라도 더 좋은 기록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재미있겠다"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 KIA엔 나보다 잘 치는 선수 많아
최형우는 요즘 웃음이 부쩍 많아졌다. 새로운 팀 KIA에서 따로 적응 시간이 필요 없을 정도. 그는 "캠프 첫 날 운동하는데 4시간 내내 웃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님들까지 자주 웃겨주신다. 캠프 때는 지루하거나 힘들 때가 많은데 지금은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너무 재미있으니까, 야구장 나오는 게 즐겁다. 훈련 효율성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하기 싫어서 하는 것과 하고 싶어 기분 좋게 하는 건 완전 다르다"고 말했다.
KIA 선수들은 "확실한 4번타자가 왔다"며 환영일색이다. 이범호와 나지완처럼 기존 KIA에서 4번을 쳤던 선수들도 "4번타자는 당연히 최형우"라고 입을 모으며 부담을 덜었다고 좋아한다. 최형우는 "나한테는 그런 말 한 번도 안 하던데"라고 농담을 한마디 던지더니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해주는 것 자체가 고맙다. 내가 들어왔다고 해서 공격력이 확 살아날 순 없겠지만, 선수들이 나로 인해 기분이라든지 여러 가지로 업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팀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최형우의 가세로 KIA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나지완은 "형우형의 가세로 라인업이 강해졌다. 자부심을 갖고 훈련한다"고 말한다. 최형우도 "KIA에는 나보다 잘 치는 선수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힘들어한다"며 "내가 조금 더 잘 쳐야 하는데 기존 선수들이 더 잘 친다. (김)주형이 치는 것 보면 '미쳤다' 할 만큼 힘이 너무 좋다. 나도 힘이 들어간다"고 말할 정도다.
KBO리그 사상 첫 FA 100억원 시대를 열었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조금은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그렇지만 최형우라서 전혀 걱정할 필요없다. 그는 "비난을 받는 것을 의식한 적이 없다. 그랬다면 지금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며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