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38)은 참 꾸준하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KBO리그의 대기록들을 하나 둘씩 써가고 있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올해는 준비를 더 신경썼다. 지난 1월 휘문고 야구부의 일본 미야자키 전훈에 함께 했다. 그는 "휘문고 후배랑 전훈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나이 숫자가 하나 늘어나면서 일찌감치 후배들과 훈련하면서 컨디셔닝에 들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애리조나 캠프에 일주일 먼저 들어와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박용택은 "50세까지 뛰고 싶다. 50(웃음)"라며 "진짜 3000안타는 하고 싶다. 주전으로 뛴다면 앞으로 6시즌 43세까지 뛰면 할 수 있다"고 자신만의 확고한 목표를 잡고 있다. '2000안타'를 달성한 9명의 선수 중 박용택이 앞으로 가장 많은 안타를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5명은 은퇴했고, 이승엽은 올해가 마지막 시즌이다. 박용택과 정성훈(37, LG), 박한이(38, 삼성)가 기록을 늘려간다.
박용택은 "아직까지 서른살 후배들에게는 몸이나 기량이나 밀리지 않고, 자신도 있다. 건강한 몸으로 오래 뛸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팀내 최고참이 됐다. 리더로서 의식이 되나.
"특별히 달라질 건 없다. (지난해 이병규와 정현욱이 은퇴하면서 팀내 최고참). 주장 류제국이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갈 것이고, 나같은 최고참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후배들을 도와주는 것이다.(웃음)"
-지난해 2000안타 등 대기록을 세웠는데, 올해도 여러 기록들이 가시권이지 않나.
"올해까지 타율 3할을 치면 9년 연속이다. 양준혁 선배, 장성호 선배랑 타이 기록이 된다. 144경기에서 150안타는 당연히 쳐야 한다. 그럼 최초 6년 연속으로 내 기록을 늘려간다.
1000타점에 30개 정도 남았고(969타점), 200홈런에는 마이너스 19개다. 200홈런이 되면 '200홈런-300도루'는 최초니까. 흐흐흐. 그런 것(누적 스탯)은 하다 보면 될 것이다. 올해만 야구하고 그만둘 것은 아닐 거니까."
-팬들 앞에서 기록을 세우고 축하받으면 뜻깊지 않나.
"기록을 의식해서 조금 안 되는 선수도 있다는데, 나는 기록이 걸려 있으면 오히려 집중력이 괜찮고 좋다. 이정표 기록을 달성한 해는 성적이 괜찮았다."
-LG가 차우찬을 영입해 투수력은 보강됐는데, 타선이 특별히 플러스 효과가 없다. 팀 타격지표를 전체적으로 끌어올려야 할텐데.
"그런 것들이 올라가야 한다. 지난해 기량이 다 올라온 선수들을 데리고 한 것이 아니니깐, 젊은 타자들이 작년보다 조금씩 더 좋아지면 충분히 괜찮은 시즌이 될 거 같다. 타격에서도 경쟁력 생길 거 같다."
-중심타자인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면.
"매년 부상없이 뛰자는 것이다. 부상이 없다면 평균치를 한다. 항상 지난해보다 조금씩 더 잘하자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수비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
"작년에는 200이닝 정도 나갔다. 5월 중순까지만 수비 나가고, 거의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만약에 올해 팀이 구상했던 대로 잘 돌아간다면 수비로 나갈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어긋난 부분이 생긴다면 내가 수비로 나갈 일이 생길 것이다. 항상 준비는 하고 있다."
-선발진이 보강했다. 타자들은 투수를 도와주고, 투수는 타자를 보완해줘야 팀이 더 높은 곳으로 가지 않겠나.
"감독님이 시무식에서 '자기 것을 잘 하자'라고 하셨다. 내 것만 잘하자. 타자는 잘 치고, 공을 잘 수비하고, 투수는 자기 공을 잘 던지고. 개개인의 경쟁력을 더 키워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2년 후에는 또 FA다. 3번째 FA는 쉽게 할 수 없는 기회이지 않나.
"지금을 보면 그 시기가 오긴 올 것이다. 하지만 기대라든가 계약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 살까지 야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오래 잘 할 자신은 충만하다. 언제 그만 둘거라는 생각은 아직 안 해봤다. 오래오래 뛰고 싶다. 자신도 있고, 그러고 싶다."
-언제까지 뛰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
"나이 50이요. 50.(웃음). 진짜는 3000안타는 하고 싶다. 한번 계산해 봤다. 산술적으로 하면 우리 나이로 44세까지 하면(6시즌을 더 뛰면) 3000안타가 가능하겠더라. 주전으로 뛰면서 매년 150안타 정도 치면...
남들이 보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목표로 그렇게 잡고 있다. 누구나 꿈이 있고 목표는 잡을 수 있지 않나. 여러가지 팀의 사정, 한국 야구의 트렌드 등이 잘 맞아야 할 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몸 관리나 좋은 컨디션, 좋은 기량을 보여준다면 불가능도 아닐 것이다."
-어떻게 차근차근 이어가야 할까.
"정신적으로 '내가 나이가 있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때부터 안 된다. 나보다 10살 어린 친구들까지는 몸이나 여러 가지로 자신이 있다. 스무살 선수들이랑 붙으면 조금 밀리겠지만, 30대랑은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은퇴를 이야기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 팬들, 구단, 가족들이 모두 해피하게 좋은 그림으로 은퇴한다면 아름다운 은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건강한 몸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은퇴하는 것이 제일 아름다운 은퇴라 생각한다." /orange@osen.co.kr
[사진] 글렌데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