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승 꿈이 문턱에서 좌절된 안병훈(26)과 2연패를 달성한 마쓰야마 히데키(25, 일본)의 희비는 여기서 갈렸다.
안병훈은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파71)서 끝난 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 최종 4라운드서 버디 3개, 보기 5개로 2오버파로 부진하며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안병훈은 전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나 잡으며 6타를 줄여 단독 선두에 오른 상태였다. PGA투어 마수걸이 승리도 눈앞으로 다가온 듯했다.
그러나 멘탈 관리에 실패하며 무너졌다. 안병훈은 11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꿨다.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여전히 선두권을 형성하며 생애 첫 승을 조준했다. 하지만 후반 승부처서 잇따른 실수를 범하며 자멸했다.
15번홀(파5)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만했다. 안병훈은 3번째 샷을 홀 91cm 근처에 붙이며 버디 찬스를 잡았지만 회심의 퍼팅이 홀컵을 돌아 나오며 파에 그쳤다.
공동 선두로 올라설 기회를 날린 안병훈은 이 때부터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17번홀(파4)서 통한의 스리퍼트로 보기를 범하며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마지막 18번홀(파4)서 기적을 꿈꿨지만 러프에 빠지며 보기를 기록, 우승 꿈을 접어야 했다.
반면 마쓰야마는 달랐다. 18번홀에서 우승 버디 퍼팅을 놓친 뒤 이어진 웹 심슨(미국)과 연장 승부서 연이어 위기를 맞았음에도 승부사 기질을 뽐내며 기어코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마쓰야마는 연장 1~3차 승부서 모두 우승컵을 내줄 위기에 몰렸지만 그 때마다 침착한 파 퍼팅을 성공시키며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4차 연장에서는 간발의 차로 홀컵을 비껴가는 심슨의 버디 퍼팅을 지켜본 뒤 2연패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마쓰야마는 그간 심리적인 압박감이 극에 달하는 연장전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통산 4승 중 3승이 연장 승부 끝에 얻은 전리품이다. 지난해 이 대회서도 리키 파울러(미국)와 연장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그는 2014년 메모리얼 토너먼트서도 재미교포 케빈 나를 연장 혈투 끝에 꺾고 생애 첫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마쓰야마는 "아주 높은 수준의 골프를 계속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기분이 안 좋거나 경기가 잘 안 될 때 부침이 있다"면서도 "현재에 충실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은 뒤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이번 우승으로 일본인 최다승(4승)의 주인공이 된 마쓰야마는 페덱스컵 포인트서 1697점으로 저스틴 토마스(1614점, 미국)를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마쓰야마와 안병훈의 명암은 멘탈에서 갈렸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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