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서는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제12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에서 최우수상격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스포테인먼트’의 기치를 내걸고 프로야구 마케팅 판도를 확 바꾼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국무총리상 수상이다. 국내 프로야구단 중 두 차례의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팀은 SK가 유일하다. 다만 2007년과 2016년의 수상을 뜯어보면 내용에서 다소간 색깔의 차이가 있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주로 야구장 내의 성공적 마케팅을 인정받은 것이 2007년이라면, 2016년은 다양한 스포츠·문화 융합 콘텐츠 제공과 프로야구단의 자생력 강화 모델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실제 SK는 2014년부터 국내 프로야구단으로는 최초로 경기장 위수탁사업자가 됐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물론 문학경기장 전체의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야구장은 물론 사실상 문학경기장이라는 거대한 스포츠 콤플렉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간 KBO 리그 역사에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로,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이 정도 스케일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2016년은 그 노력이 스포츠·문화 융합으로 뻗어나간 첫 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호응을 얻은 행사들이 많았다. 프로축구단이 떠난 주경기장과 주변은 캠핑존과 워터파크로 변신해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야구장은 빅보드가 효자 몫을 톡톡히 했다. 세계 최대 야구장 전광판인 빅보드의 장점을 활용해 경기가 없는 날이나 경기 후 뮤지컬·영화를 상영하기도 했고, 야구와 문화가 접목된 플리마켓 등 신설된 행사가 적지 않았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지만 선구자적인 행보가 결국 국무총리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지난해 이런 사업들을 추진했던 맹민호 SK 고객가치혁신그룹장은 “기존 구단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평가가 좋았던 것 같다. 야구장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도 있겠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다양해져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캠핑, 플리마켓, 경기장 뮤지컬 상영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해주려고 했다”고 구단의 1년 사업을 돌아봤다.
이런 SK의 행보는 타구단 마케팅 부서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수탁 사업자라는, 적어도 KBO 리그에서는 독보적인 토대를 가진 SK의 선구자적 발걸음이 어떤 효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KBO 전체 마케팅 판도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 경기장에 못 하나 박으려고 해도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타 구단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맹 그룹장은 “민간위탁이라는 기본적인 권리가 이런 배경을 만들었다. 야구장만 가지고 있으면 이렇게 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자립률 향상 목표, 2017년 광폭 행보 예고
2016년이 사실상 출발점에서 발을 뗀 수준이라면, 2017년은 한걸음 더 나아간다는 게 SK 마케팅의 당찬 구상이다. 류준열 SK 사장은 “3~4년 안에 구단 자립률을 10% 높인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으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라고 과감한 드라이브를 예고하면서 “올 시즌이 시작돼 팬분들이 야구장에 오시면 놀랄 것이다. (빅보드가 설치된) 작년보다 더 많은 것이 바뀐다”고 귀띔했다.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천SK행복드림구장과 주변이 상당 부분이 변할 예정이다. 이미 갖춰질 것이 다 있는 경기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주변 시설의 체감 변화가 클 전망이다. 기존 동문 광장에 3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대표적인 시설물 설치다. 4월 말이면 공사가 끝날 예정으로 레스토랑과 펍, 그리고 상점 등이 입주한다. 꼭 야구장 안이 아니더라도 팬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좋은 동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캠핑존, 북문 광장 등도 개보수에 나선다. 유동인구 감소로 텅 비었던 주경기장 지하도 상가 임대가 모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허허벌판에 가까웠던 문학경기장의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류 사장은 “그 외 3~4가지 프로젝트를 인천시와 협의 중이다. 스포츠는 물론 문화와 여가라는 컨셉의 메시지를 주기 위한 여러 가지 시설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작년에 비해서는 오가시는 분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사람’은 모든 마케팅의 핵심이자 기본이다.
매년 개보수에 나서고 있는 야구장도 일부 모습이 바뀐다. 좌측 담장을 허무는 대신 그린존이 넓어지는 공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넓어진 공간만큼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용도가 다소 떨어졌던 시설도 개편되거나 재배치된다. 우측 담장에 있었던 렛츠고 그린월드가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사라지며, 그 대신 팬들이 이용할 만한 새 시설이 들어올 예정이다. 오랜 기간 개보수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시설물도 교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행사도 보완 및 확대된다. 맹 그룹장은 “지속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벤트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괜찮은 아이템에 대해서는 보완을 하고 재미난 요소들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라면서 “우리는 이미 빅보드라는 좋은 인프라가 있다. 이에 개봉 영화 상영도 타진 중이다. 야외라 조용하게 에티켓을 지키며 볼 만한 환경은 아니다. 때문에 공상과학(SF) 영화나 액션 쪽 등 사운드 중심의 영화들을 지켜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 그런 영화들의 개봉이 많이 예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놀고 있는’ 시설들을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도 계속 나오고 있다. 스포츠 동호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부분, 이와 연관이 있는 RC카나 레이싱, 상설적으로 운영되는 스포츠 및 문화 체험 공간 등의 신설도 검토 중이다. 문학경기장이라는 광활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프로모션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는 생각이다. 기업들도 많은 사람들이 찾은 야구장 주변의 행사는 눈독을 들일 만 하다. 조직까지 개편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는 SK의 마케팅이 또 한 번 앞서 나갈 준비를 마친 듯하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