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프링캠프는 2월 1일로 늦춰졌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의 비활동 기간(12월, 1월) 준수 요구를 구단들이 받아들인 결과다.
각 팀들은 짧아진 일정으로 초반부터 훈련 강도를 높이는 팀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는 팀도 있다. 넥센이 대표적인 후자다.
전임 염경엽 감독 시절부터 '자율 야구'를 중시한 넥센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훈련량이 가장 적은 편이다. 넥센은 몇 년 전부터 캠프에서 '3일 훈련-1일 휴식' 일정을 제일 먼저 도입했다. 타팀들은 4일 훈련-1일 휴식이 대부분이다.
신임 장정석 감독은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훈련량이 더 줄어들었다. 3일 훈련-1일 휴식은 변함없다.
6일(이하 한국시간) 취재진이 찾은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의 넥센 캠프. 하루 훈련 시작은 오전 10시에서야 미팅을 하고 워밍업에 들어갔다. 훈련량이 많은 한화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여건이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훈련은 낮 1시 전에 끝났다. 채 3시간도 하지 않는 셈. 오후 1시 점심 식사를 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하루 훈련이 끝이다. 한 선수는 "이 팀에서 뛰다가 다른 팀 못 간다. 한화는 절대로 갈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고 넥센 캠프를 한 마디로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해까지 야간 훈련이 있었는데 올해는 이것마저 없앴다. 장정석 감독은 "야간 자율 훈련을 없앴는데 작년에 보니 아무래도 선수들이 눈치를 보더라. 자발적으로 하는 분위기에서 스스로 운동을 해야 효과적이다"며 "선수들이 체력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훈련은 집중력 있게 해야 한다. 체력이 있어야 집중력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대신 오전 9시~9시50분에 자율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훈련이 부족한 선수들은 이 시간에 알아서 보충한다.
지난 4일 LG 캠프에서 세 팀 감독들이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조원우 롯데 감독은 넥센의 3일 훈련-1일 휴식 일정을 보며 대단하다고 했다. 장 감독은 "다른 팀에서는 이렇게 해도 될까 하는 불안감이 있을 거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애리조나에 들어온 넥센은 4턴(3일 훈련-1일 휴식)을 하고 나서 오는 15일 귀국길에 올라 17일 새벽 도착한다. 고척돔에서 18~19일 이틀간 훈련하고 20일 일본 오키나와로 2차 캠프를 떠난다.
넥센의 애리조나 캠프 일정은 짧고 깔끔하다. 하지만 선수 스스로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효율성은 타팀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성적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orange@osen.co.kr
[사진] 서프라이즈=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