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번이 넘어졌다길래 놀랐지".
4일 일본 오키나와 아예세 고친다구장. 이날 오전 한화 투수들과 내야수들이 함께 수비 호흡을 맞추는 PFP 훈련을 실시했다. 김태균(35)도 1루수로 훈련에 나섰다. 1루에서 펑고를 받은 뒤 베이스커버를 들어오는 투수들에게 공을 토스하는 훈련이었다.
그런데 훈련 중 김태균이 갑자기 쓰러졌다. 함께 1루에서 펑고를 받던 송광민과 충돌, 오른쪽 무릎을 그대로 부딪친 것이다. 통증을 호소하던 김태균은 다리를 절뚝이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최고 선수의 갑작스런 부상에 활기찬 훈련 분위기가 순간 가라앉았다.
김성근 감독 역시 이 장면을 목격했다. 오전에 투수들의 투구를 지도하느라 불펜에만 머문 김 감독이었지만, 멀리서나마 수비 훈련을 지켜봤다. 김 감독은 "누가 쓰러지길래 물어보니 52번(김태균)이라고 하더라. 이거 어쩌나 싶었다"며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고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 한숨 돌렸다. 단순 통증으로 간단한 아이싱 치료를 받았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함께 부딪친 송광민은 통증 없이 나머지 훈련을 소화했다. 홍남일 트레이닝코치는 "하루 정도 쉬면 괜찮을 것 같다"고 김성근 감독에게 직접 보고했다. 그제서야 김 감독도 "트레이닝코치들 보는 게 무섭다"며 안도의 농담 한마디를 툭 던졌다.
김태균은 비활동기간에도 사이판에서 40일 가까이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최상의 컨디션으로 캠프에 들어섰다. 김 감독도 "김태균이 시즌 때보다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매년 WBC를 해야 될 것 같다"며 "지난해 전경기를 출장하며 한 단계 크게 성장했다. 올해도 잘해줄 것이다"고 믿음을 보였다.
김 감독은 "김태균이 다쳤다길래 정근우에 이어 또 WBC에 우리 선수가 빠져야 하나 싶었다"며 "이용규도 가슴에 담 증세가 있어서 훈련을 쉬고 있다. 둘 다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다"고 한시름 놓았다. 선수들의 끝없는 부상으로 마음고생한 김 감독으로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격이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