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이한철, 2년간 27곡 4계절 연작 완성 “약속지켜 만족”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2.04 14: 21

[OSEN=김관명칼럼] 밴드 불독맨션의 리더 겸 싱어송라이터 이한철(45)이 4계절 연작을 마무리했다. 지난 2015년 3월 데뷔 20주년을 맞아 솔로 4집 ‘봄날’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15년 10월 5집 ‘늦어도 가을에는’, 2016년 7월 6집 ‘여름의 묘약’, 그리고 지난 1월 7집 ‘그리고 겨울’로 대미를 장식했다. 만 2년 동안 정규앨범 4장에 총 27곡을 담는 대작업이었다. 이 와중에도 자신이 진행하는 두 라디오 프로그램(CBS 표준FM ‘그대 창가에 이한철입니다’, EBS라디오 ‘일요음악여행-팝’)도 꼼꼼히 챙겼다.
과연 벌써 데뷔 22주년을 맞은 관록의 싱어송라이터는 어떤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감행했을까. 또 불독맨션은 언제쯤 컴백할까. 이한철을 [3시의 인디살롱]에서 안 만나볼 수가 없었다. 인터뷰에 앞서 혹시라도 이한철(과 불독맨션)을 모를 선량한 독자들을 위해 그의 이력을 디스코그래피 중심으로 소개한다.
= 1993년 제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수상 : ‘겨울이 오면’

= 1994년 MBC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 ‘껍질을 깨고’
= 1995년 솔로 1집 ‘DEBUT 1995’ : 델마와 루이스(타이틀), 연인, 어른이 된 지금, 이상한 꿈, 낯선 여행, 쥬라기 공원, 호주로 간 아이, My Girl, 볼륨을 높여라, 낯선 여행
= 1997년 솔로 2집 ‘되는 건 되는 거야’ : 안되는 건 안돼, 아야(타이틀), 두통, 21세기, ?, Rush Hour, Animal, 감기
= 1999년 불독맨션 결성 : 이한철, 서창석(기타), 이한주(베이스), 조정범(드럼)
= 2000년 레이블 튜브앰프뮤직 설립
= 2000년 5월 불독맨션 EP ‘DEBUT E.P’ : Fever, 괜찮아, 피터팬, 99, 아침에 문득(타이틀), Fever(DJ Tama Vocal Dud Club Mix)
= 2002년 9월 불독맨션 1집 ‘Funk’ : Open The Door, Funk, Destiny(타이틀), Hello My Friend, Room #101, Apology 사과, Milk, Dream Lover, Room #102, Stargirl 내 사랑을 받아다오, 눈물의 Cha Cha, Room #103, Buenos Aires, We All Need A Lifetime Too, Happy Birthday To Me, Room #104, Part1 Alone, Part2 Escape, Part3 She Is My Dance Sister, Close The Door
= 2004년 8월 불독맨션 2집 ‘Salon De Musica’ : 잠정해체. You'd Expected But We Are, Life Is, 사랑은 구라파에서, 그녀 이야기, El Disco Amor, O' My Sole, 좋아요(타이틀), Salon Bley, 잘가라 사랑아, Lucha Amigo, 명탐정 차차차, Soul Drive, Summer Rain, The Classic Story Of Bulldogmansion, Closing Time, El Disco Amor
= 2005년 12월 솔로 EP ‘Organic’ : Fall In Love, 도은호의 사랑, 바티스투타, 슈퍼스타(타이틀), 꿈속에서 보낸 한철
= 2006년 5월 솔로 싱글 ‘슈퍼스타’
= 2007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 최우수팝 수상 : ‘슈퍼스타’
= 2009년 2월 솔로 3집 ‘순간의 기록’ : User's Manual, 동경의 밤, 차이나(타이틀), 시내버스 로맨스, Carnaval, Sevilla, Milano S., 안아주세요, 인생, Leaving City Havana
= 2012년 5월 솔로 EP ‘작은 방’ : 사랑(타이틀), 흘러간다, 올드보이(feat. 하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It's Raining(feat. 하림), 모든게 아름다워
= 2013년 5월 불독맨션 EP ‘Re-Building’ : The Way, Do You Understand?(타이틀), 침대, 혼자 사는 남자,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 2014년 5월 불독맨션 EP ‘Tres3’ : 3인조 변신(이한철 서창석 이한주). Tres3, 그대가 있어 좋아요(타이틀), 알듯말듯, 불편한 사람
= 2015년 3월 솔로 4집 ‘봄날’ : 데뷔 20주년(솔로 데뷔음반 기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넌 나의 넘버원(타이틀), 봄날의 합창(feat. 킹스턴 루디스카), 연애할래요, 오래된 사진관, 뿌리, 넌 나의 넘버원(컨트리 버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2015년 10월 솔로 5집 ‘늦어도 가을에는’ : 가을, 옷장정리(타이틀), 출렁이는 달빛, 늦어도 가을에는, 거짓말, 집으로,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 2016년 7월 솔로 6집 ‘여름의 묘약’ : 선탠, 어쩌면 우리(타이틀), 여름 좋아, 여름사냥, 뙤약볕, 세비야, 편의점의 시에스타
= 2017년 1월 솔로 7집 ‘그리고 겨울’ : Cold, Love Is A Miracle, Snow Dance(타이틀), 산책, 엄마의 집, 밀감
자, 그럼 본격 인터뷰 & ‘그리고 겨울’ 앨범 코멘터리, 스타트~!
= 4계절 연작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5년 20주년을 기념하긴 해야 하는데, 컴필레이션 스타일의 베스트 앨범을 내긴 싫었다. 과거를 되짚어보는 것보다는 계속 열심히 창작하는 게 저다운 20주년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만들어 놓은 곡도 몇곡 있었다. 열심히 발표해보자 마음 먹었다. 싱어송라이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그게 나 자신에게 멋지겠다고 믿었다.”
= 쉼없이 달려온 소감은.
“앨범 작업을 하면서 방송도 하고 강의도 했다. 3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이게 쉬운 게 아니구나’ 싶었다. 만들고, 다듬고, 편곡하고, 공연하고, 쉬다가 만들고, 다듬고... 이게 반복이 된 것이니까. 하지만 어쨌든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 왜 ‘봄-가을-여름-겨울’ 순이 됐나.
“처음에는 1년 안에 ‘봄-여름-가을-겨울’ 순서로 내려고 했다. 처음 ‘봄날’을 내고 바로 달릴까 생각했다. 하지만 3개월 간격으로 앨범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겠더라. 음악만 하면 가능하겠지만, 기획사나 매니저 없이, 앨범 재킷까지 전부 혼자서 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1년에 2장이 적당하다 싶었다. 그래서 봄 다음에 가을이 오게 된 것이다.”
= ‘늦어도 가을에는’, ‘여름의 묘약’. 제목이 멋있다.
“둘 다 책 이름에서 따왔다.”
= 뮤지션에게 ‘데뷔 20주년’이란 어떤 의미인가. 일반인 입장에서 좀체 감이 안온다.
“10주년과는 다른 게, 20주년은 어느 정도 자기 음악을 책임지는 지점인 것 같다. 서태지처럼 등장할 때부터 완성형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뮤지션은 조금씩 여러 음악적 시도를 하고 자신과 잘 어울리는 것, 덜 어울리는 것을 가려내서 자기 음악을 완성하게 된다. 그 지점이 20주년인 것 같다.”
= ‘그리고 겨울’ 앨범을 들어봤는데, 정말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사실 앨범 4장을 내면서 각 앨범마다 변화가 있었다. 처음 봄은 경쾌하지만 사운드는 꽉 채우다시피 했고, 가을에는 뺐다가, 여름에는 다시 채운 것을 비워 시원한 느낌을 주려 했고, 겨울에는 따뜻한 느낌을 내려다보니까 악기도 비우고 노래도 편안하게 불렀다.”
= 첫 곡은 ‘Cold’다. 다른 앨범들과는 시작이 좀 달랐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앨범 전체적으로 뒤로 가면서 따뜻한 느낌을 내야하기 때문에 첫곡은 냉랭한 노래로 했다. 지금까지 주로 신나게 앨범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좀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다. 좀더 차가운 음을 내기 위해 전자음을 많이 썼다. ‘이한철’ 하면 보통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떠올리시는데, 의외로 이 곡처럼 쓸쓸하고 외로움 타는 노래들이 잘 어울린다고 하시는 팬들도 많다.”
= ‘Love Is Miracle’은 1990년대 말 한창 유행했던 퓨전재즈 스타일 아닌가.
“맞다. 퓨전재즈 스타일로 풀어보려 했다. 노래 중간에 보컬 필터링을 했는데, 이는 라디오나 전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가사 내용이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들의 이야기이니까. 이펙터를 쓴 것은 아마 노래하는 사람의 속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 ‘Snow Dance’가 이번 타이틀곡이다. 곡 설명에 보니까 ‘춤추는 눈의 모습을 다양한 전자음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실제는 안보고 쓴 곡이다(웃음).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바라봤을 때 눈이 오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세상이 아직 잠들어 있는 시간에, 혼자만이 자연이 만든 판타지를 보는 것 아닌가. 이는 웬만한 특수효과로도 표현못한다. 그 판타지를 보고 있을 사람의 시선으로 곡을 썼다. 리듬 자체도 그루브 가득한 리듬을 썼다. 아, 후반부에 들리는 악기는 트롬본이다. 물론 컴퓨터음이다.”
= ‘산책’이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중에서 가장 호감이 간다.
“싱글로 지난해 11월에 냈던 곡이다. 3번째 곡까지는 일렉트로닉하게 풀었고, 이번 곡부터는 어쿠스틱하게 했다. 말하듯이 노래하는 느낌이랄까. 아니, 말하는 것보다 더 나긋나긋하게 불렀다. 드럼도 스틱 대신 브러쉬를 썼다. 지금 들리는 베이스도 일렉 베이스가 아니라 콘트라베이스다.”
= 마지막은 ‘엄마의 집’과 ‘밀감’이 장식한다.
“‘엄마의 집’에 쓰인 악기는 플루겔혼이다. 악기의 톤이 추억이나 고향 이런 분위기를 내는 것 같다. ‘밀감’은 지난해 늦여름부터 겨울까지 국립국악원에서 대중음악 작곡가를 위한 수업을 들었을 때 쓴 곡이다. 마침 제주에서 촬영이 있었는데 어느 식당에 가도 식탁에 (서비스용) 귤이 있더라.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이게 다 사람 사는 정이 아니겠나 싶었다. 그리고 국악기 연주곡을 만들어보고 싶던 터여서 가야금을 썼다.”
= 봄, 여름, 가을 앨범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보자. 직접 대표곡을 골라 코멘터리를 해달라.
“봄 앨범에서는 봄이 주는 산뜻한 느낌을 담고 싶었다. 겨울의 무채색에서 만물이 제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봄 아닌가. ‘봄날의 합창’은 그래서 미디움템포의 스카 리듬을 썼다. 스카 리듬이 산뜻하고 발랄해서 봄과 닮았기 때문이다. 여름은 일단 누구나 시원해지길 원한다. 그러면 시원한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 악기구성도 복잡하지 않고 느슨해야 하고, 리듬도 흥겨워야 한다. 그래서 라틴 리듬에 우쿨렐레 악기를 쓴 ‘여름 좋아’가  탄생했다. 함께 노래 부른 친구는 2016년 ‘K팝스타’에 출전해 준우승을 한 안예은이다.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1대1 레슨 수업을 같이 했던 제자다. ‘가을’은 계절이 스멀스멀 변할 때 느껴지는 감성을 담고 싶었다. 낮에는 여전히 매미가 울지만 밤에는 귀뚜라미가 울고, 여름에는 까슬까슬해서 좋았던 얇은 이불이 조금씩 차갑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을 담고 싶었다.”
= 뮤지션은 계절에 더 예민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연작을 하면서, 계절이라는 주제를 갖고 음악으로 표현하는 경험이 재미있었다. 일상생활에서 그냥 놓치고 지나갔던 것들을 선명히 알게 된 것 같다. 계절로 음악을 알고, 음악으로 계절을 알게 됐다.”
= 공연계획은.
“2월25일 전주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단독공연이 있다. 3월1일에는 서울 벨로주에서 열린다. 특히 서울공연은 미리 관객에게 ‘당신에게 특이한 한철은 언제입니까’ ‘선호하는 계절은 무엇인가요’ 등을 묻고 이를 담아 보내주신 사진과 글귀들로 공연장을 꾸미고 영상도 만들고 가사도 만들 생각이다.”
= 올해 다른 계획은 있나.
“현재 진행중인 두 라디오 프래그램을 더 재미있게 하고 싶다. 또 아마추어 뮤지션들과 함께 노래를 만드는 ‘나우 프로젝트’도 지난 2015년부터 해오고 있는데, 올해는 시니어 분들과 할 생각이다. 부제는 ‘노년반격’. 뇌전증 어린이들과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쉼표 캠페인’도 ‘나우 프로젝트’의 하나다. 이렇게 해서 만든 2곡을 4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그때 그때 주어진 환경에 맞춰 음악을 만끽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 불독맨션 앨범은 언제 나오나.
“계절 프로젝트를 하느라 그동안 1년에 공연을 한두번 한 게 다다. 올해는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 끝으로 요즘 눈여겨보는 후배 뮤지션이 있나.
“스텔라장이라는 친구가 괜찮은 것 같다.”
= 수고하셨다. 조만간 소주나 한잔 하자.
“소주보다는 맥주를 하자(웃음). 작년에 엄청나게 많은 맥주를 탐방(?)했다. 인스타그램에 리뷰도 올리고. 하여간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 =  튜브앰프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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