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오라!”
롯데 자이언츠에 이제 황재균이란 선수는 없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을 떠나보냈다. 황재균은 국내 잔류 대신 꿈을 위해 외국행을 택했다. 롯데가 제시한 거액을 뿌리치고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총액 310만 달러의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이제 황재균은 롯데 선수가 아니다. 그러나 롯데는 황재균이 자신들의 선수였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님 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는 세상이지만 롯데는 황재균과 남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어쨌든 동고동락을 함께했고, 팀에 공헌을 한 선수였다는 것이 롯데 구단의 생각이었다.
지난달 초, 황재균을 잔류시키기 위한 과정은 실패했지만, 롯데와 황재균은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롯데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제의로 황재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고, 황재균도 이런 롯데의 노력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했지만 꿈을 접지 않았고 롯데의 제의를 정중히 고사했다.
잔류 협상이 실패로 끝난 뒤 당혹스런 롯데였지만, 황재균의 행보를 응원하면서 ‘우리 선수’라는 진심을 다시 한 번 전했다. 롯데 측은 황재균에게 “메이저리그 캠프에 합류하기 전 훈련할 곳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해라. 같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먼저 제의를 했다. 당시만 해도 소속팀이 결정되지 않았던 상태였기에 황재균의 롯데 캠프 합류 가능성을 당장 점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소속팀이 결정이 됐고, 황재균 역시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와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야수들 캠프 소집 기간인 17일(이하 한국시간)까지는 시간이 있는 상황. 혼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야수들에게 단체 훈련은 환영할 일이다. 특히 황재균에게 롯데 캠프 합류는 익숙한 환경에서 훈련 효율을 높이며 ‘스플릿 계약’이라는 전쟁터를 이겨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공간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샌프란시스코의 캠프인 스코츠데일과 롯데 캠프인 피오리아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황재균의 롯데 캠프 합류는 어느정도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결국 휴스턴에서 타격 폼 수정 등 개인 훈련을 하던 황재균은 롯데에 캠프 합류를 요청했고, 오는 5일 합류할 예정이다. 롯데는 이미 말했던 것처럼 황재균의 훈련 여건을 보장해주기 위해 마음을 열었다. 지난해 이대호가 시애틀 캠프에 합류하기 전 롯데 캠프에서 훈련을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구단 관계자는 “황재균 선수와 좋게 헤어졌다. 계속해서 스킨십을 이어나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황재균과 롯데의 동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