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폼만 봐도 투구의 문제를 알 수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투수들의 폼을 고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뛰는 폼만 봐도 이 투수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러닝할 때 투구의 문제가 그대로 나타난다. 러닝폼이 별로다 싶은 선수는 투구폼도 안 좋다.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도 뛰는 폼부터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수의 기본은 단단한 하체이고, 그 하체를 만드는 훈련은 러닝이다. 투수들은 캠프에서 공 던지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훈련에 뛰고 또 뛰는 러닝의 반복이다. 달리기 선수와 다를 바 없다. 한화 캠프에서도 베테랑과 신예 가릴 것 없이 단거리, 장거리 러닝으로 하체를 강하게 단련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혁민의 뛰는 모습을 가리켜 "뛸 때도 몸의 무게 중심이 위로 떠있다. 그래서 공 던질 때 폼이 흔들리는 것이다. (어깨가 안 좋은) 김혁민이 이제 캐치볼을 하고 있는데 투구폼을 고치기 전에 러닝폼부터 많이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이드암 정재원에 대해서도 "양 팔을 크게 휘젓지 않는다. 그러니 공을 던질 때도 (팔로스로가) 짧다. 크게 할 때는 기막힌 공이 들어온다. 러닝할 때부터 동작을 크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년차 권용우가 달릴 때에는 "위아래 손발 밸런스가 맞지 않다. 그러니 공 던질 때도 불안정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대부분 투수들을 향해 "러닝을 하더라도 각자 테마를 갖고 뛰어야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뛰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며 "달리기 폼은 스스로가 의식하면 충분히 고칠 수 있다. 나 역시 현역 때 투구 밸런스를 잡기 위해 평상시 걸음걸이부터 바꿨다.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 선수가 얼마나 있나"고 꼬집었다.
김 감독은 캠프 첫 3일은 코치들에게 지도를 맡기며 선수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본격적으로 훈련 강도를 높이는 4일부턴 전면에 나설 생각이다. 김 감독은 "이제 편한 훈련은 끝났다. 투수들에게 직접 러닝폼에 대해 말하며 의식을 시캬야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20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직접 앞장서서 뛰었다. 한화 선수들이 지금 날 만난 건 럭키한 것이다"며 껄껄 웃었다. 투구폼에 앞서 러닝폼부터 세심하게 고칠 한화 투수들에게 '공포의 러닝'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