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인턴기자] 홈런왕은 캐딜락을 몰고 타격왕은 포드를 몬다.(Home run hitters drive Cadillacs and singles hitters drive Fords.)”는 이제 과거의 명언으로 남을까? 과거 슬러거는 FA시장에서 항상 고평가 받아왔지만 이번 겨울에는 유례없는 겨울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슬러거 겨울 한파’의 영향이 박병호에게도 찾아왔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 불펜 투수 맷 벨라일을 영입하면서 박병호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했다. 박병호는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어 방출 대기 상태로 다른 팀의 클레임(영입 시도)을 기다리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만약 클레임을 거는 팀이 없을 경우 박병호는 미네소타 구단에서 마이너리그 강등을 수락하거나 방출을 요청해야 한다.
지난 시즌 박병호는 파워를 증명하긴 했으나 메이저리그의 호된 맛을 봐야만 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서 62경기 244타석에서 장타율 4할9리 12홈런으로 파워를 증명했지만, 타율 1할9푼1리 출루율 2할7푼5리로 정교함에 대한 물음표를 남겼다.
박병호는 마이너리그에서도 31경기 128타석 장타율 5할2푼6리 10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율 2할2푼4리 출루율 2할9푼7리에 그쳐 믿음을 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오른 손목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박병호는 현재 3년간 875만 달러의 보장금액 5년차 바이아웃까지 최소 925만의 보장금액이 남아있다. 미네소타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힘든 금액이라 이번 방출대기 결정은 현지에서도 의외라고 평가받는다.
박병호의 방출 대기는 현재 FA 시장에서 슬러거들의 외면 받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예전에는 파워만 가지고 있었다면 수많은 단점이 가려졌지만, 이번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파워만 가지고 있는 타자는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에드윈 엔카나시온(34·클리블랜드 인디언스)과 호세 바티스타(36·토론토 블루제이스), 마크 트럼보(31·볼티모어 오리올스) 같은 슬러거들도 예상보다 싼 금액에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특히 박병호와 동갑내기인 NL(내셔널리그) 홈런왕 크리스 카터(30·FA)는 밀워키에서 방출당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슬러거가 외면 받는 이유는 예년에 비해 리그 전체에서 홈런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6시즌 메이저리그 홈런은 총 5610개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기록 (1위 2000시즌 5692개)이다. 2014시즌 총 4186개로 바닥을 친 후 2015시즌 총 4909개, 2016시즌 5610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홈런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리그에 슬러거를 구하기 쉬워졌기에 카터나 박병호 같은 파워 원툴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절하된 것으로 보인다. 카터는 FA 시장에서 제대로 된 팀을 구하지 못해 일본 이적설이 나온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팀이 박병호를 클레임하거나 트레이드로 데려갈 확률은 희박하다. 현재 시점에서는 박병호가 지난 시즌 컨택에서 보인 약점을 보완해서 미네소타에서 40인 로스터와 빅 리그 복귀를 노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