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솔직하다] 지난 10년, 최고의 마당쇠들은 누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04 13: 07

KBO 리그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펜 투수들의 비중이 높다. 그리고 최근 10년은 불펜 투수들을 총동원해 상대의 추격을 막는 야구가 유행하기도 했다. 타고투저 흐름의 확장에 점차 효용성이 의심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좋은 불펜 투수들의 가치는 유효하다.
지난 10년간 최고 불펜 투수는 아마도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오승환은 2007년부터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인 2013년까지 214세이브를 기록했는데 이는 해당 기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1.87의 평균자책점도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꾸준히 마운드에 올라 좋은 기록을 낸 다른 투수들은 누가 있을까.
순위에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지만 기록으로 실마리를 찾아봤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지난 10년간 조정평균자책점(ERA+, 500이닝 이상 기준)으로 나머지 9명의 얼굴을 뽑았다. 이 조사에는 500이닝에 미달된 손승락(롯데) 정대현(롯데) 유동훈(전 KIA), 임창용(KIA), 박희수(SK) 등의 이름은 빠져 있어 명확한 불펜 투수들의 순위표는 아닐 수는 있다. 묵묵하게 마운드에 오른 공로가 감안된 마당쇠들의 순위임은 참고하자.

9. 김세현(넥센), 546⅓이닝, ERA+ 92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가지고도 잠재력을 만개하지 못해 항상 아쉬움을 줬던 투수. 팀에서도 선발과 중간을 오고가며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2015년까지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팀의 마무리로 낙점된 지난해 드디어 꽃을 피웠다. 62경기에서 36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하며 ‘무패 구원왕’에 오른 것. 야구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올해 성적도 기대된다. 10년간 269경기에서 26승28패36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4.94.
8. 최영필(한화-SK-KIA), 504⅓이닝, ERA+ 97.3
어느덧 리그 최고령 투수가 된 불굴의 사나이. 한화 시절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활약했고, SK와 KIA를 거쳐 만 43세가 되는 올해도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 이 기간 중 두 차례의 방출이라는 시련을 겪었지만 독립리그에서 뛰는 등 현역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낸 끝에 지금은 KIA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정교한 제구와 경기운영능력을 뽐낸다. 10년간 324경기에서 37승28패6세이브46홀드 평균자책점 4.68.
7. 김승회(두산-롯데-SK), 537⅔이닝, ERA+ 97.4
보직을 가리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베테랑 우완 투수. 팀이 필요한 곳에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스윙맨이다. 2014년에는 롯데의 마무리로 20세이브를 기록했고 2015년에는 선발로 전향해 7승을 거두기도 했다. 두 차례나 보상선수로 이적하는 나름대로의 아픔도 있었고, 지난해를 끝으로 SK에서 방출되기도 했으나 친정팀 두산으로 돌아와 새 출발을 알렸다. 10년간 284경기에서 24승30패24세이브28홀드 평균자책점 4.67.
6. 송신영(넥센-LG-한화-넥센-한화), 586이닝, ERA+ 105.4
통산 704경기 출장에 빛나는 베테랑 투수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시즌 연속 50경기 이상에 출전하는 등 한때 리그를 대표하는 마당쇠로 인정받았다. 2011년에는 62경기에서 3승3패19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며 개인 최고 성적을 냈다. 그 후 FA 이적, 트레이드, 방출 후 이적 등을 거쳐 지난해 한화에서는 11경기에 출전했다. 여전히 현역으로 기대를 모으는 투수다. 10년간 448경기에서 30승34패43세이브59홀드 평균자책점 4.32.
5. 정현욱(삼성-LG), 527이닝, ERA+ 128.7
한때 대표팀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워 ‘국민 노예’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받기도 했던 대표적인 불펜 투수. 2008년에는 53경기에서 127이닝을 던지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으며 삼성의 불펜 야구에 중추적인 몫을 담당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4시즌 연속 7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2011년에는 59경기에서 24홀드와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달렸다. LG 이적 후 기량 저하와 암 투병으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투수임은 분명하다. 10년간 396경기에서 38승26패23세이브85홀드 평균자책점 3.54.
4. 정재훈(두산-롯데-두산), 514⅔이닝, ERA+ 134.1
2005년 30세이브를 거두며 구원왕까지 오른 정재훈은 2007년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친 대표적 불펜 투수다. 마무리로서의 경력은 비교적 일찍 끝났지만 그 후에도 불펜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하며 경력을 연장해왔다. 2010년에는 63경기에서 1.7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최고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경력이 하락세에 있었지만 두산으로 돌아온 지난해 46경기에서 23홀드,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부상은 아쉬운 대목. 10년간 403경기에서 29승33패71세이브81홀드 평균자책점 3.39.
3. 안지만(삼성), 711⅔이닝, ERA+ 137.8
삼성의 특급 불펜을 이끈 축이자 대표팀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했던 우완 불펜 요원. 2011년 17홀드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하며 KBO 리그 홀드 역사를 다시 썼다. 안지만이 10년간 기록한 161홀드는 2위 권혁(125홀드)을 멀찌감치 제치는 리그 최고 기록. 177홀드는 KBO 리그 역대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불펜 투수로서는 이닝도 독보적인 1위. 다만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경력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10년간 497경기에서 51승31패15세이브161홀드 평균자책점 3.30.
2. 권혁(삼성-한화), 655이닝, ERA+ 140.3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불펜 자원 중 하나로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하는 등 최근 10년간 125홀드를 수확했다. 2014년(38경기)을 제외하고는 2007년 이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년 4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한화로 이적한 후인 2015년에는 잦은 등판으로 본의 아닌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등판 경기(582경기)는 리그 최다. 10년간 46승33패31세이브125홀드 평균자책점 3.24.
1. 정우람(SK-한화), 557⅓이닝, ERA+ 158.2
리그를 대표하는 고무팔로 명성을 날린 선수. 군 복무로 2년이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518경기를 소화했다. 2008년 25홀드, 2011년 25홀드를 기록했고 마무리 전업 후인 2012년에는 30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8년 85경기 출전은 KBO 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숫자. 2008년 이후 연평균 경기 출장수가 무려 67.6경기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아직 큰 부상이 없기도 한 선수. 지난 10년간 518경기에서 39승22패77세이브96홀드 평균자책점 2.87. /skullboy@osen.co.kr
[기록제공] 스포츠투아이.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