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승 투수인데,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화 계형철(64) 투수코치는 지난 2000년 삼성 투수코치를 맡았다. 그때 삼성에 입단한 신인 투수 중 하나가 바로 지금 한화에 몸담고 있는 배영수(36)였다. 어느덧 17년의 세월이 흘렀고, 두 사람은 벼랑 끝에서 다시 의기투합했다. 김성근 감독은 계형철 코치에게 "배영수가 안 되면 그만 둘 각오 하라"는 말로 전담 지도를 맡겼다.
지난해 가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부터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계 코치는 배영수를 전담하고 있다. 계 코치는 "배영수의 페이스가 빠르다. 지금 오히려 천천히 조절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실전 투구가 가능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감독님께서도 점점 믿음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KBO리그 현역 최다승(128승) 투수로 한 획을 그은 대투수 배영수는 지난해 1군 마운드에 한 번도 서지 못했다. 2015년 시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뒤 구속 저하에 시달린 것이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 7경기 2패 평균자책점 5.34에 그쳤고, 1군에는 8월초 엔트리에만 잠깐 머물다 등판 없이 말소됐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야구인생에서 처음으로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 어린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현역 최다승 투수로서 자존심을 내려놓고 부활을 위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교육리그부터 마무리캠프까지 두 달을 쉼 없이 모든 일정을 완주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계 코치는 "영수가 겨울 비활동기간에도 미국 LA, 일본 돗토리와 오키나와를 오가며 개인 훈련을 계속 했다. 운동하는데 투자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며 "오랜 기간 지켜봤는데 올해 어떻게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120승 넘게 한 투수인데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도 배영수의 부활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김 감독은 "배영수는 보통의 선수들과 다르다. 러닝을 하거나 걸을 때도 그냥 움직이지 않는다. 동작 하나 하나에 생각을 갖고 움직인다"며 "배영수가 1군에서 던져줘야 한다"고 기대를 걸고 있다. 선발이든 구원이든 보직에 관계 없이 한화 마운드는 그의 경험과 배짱을 필요로 하고 있다.
캠프 첫 날부터 곧장 불펜 투구에 들어간 배영수는 "겨울 내내 운동만 했다. 캠프에서도 훈련이 잘되고 있다. 계속 공을 던지며 감을 잡아야 한다"며 "솔직히 이제 갈 때까지 갔다. 그게 제일 무서운 것이다"고 자신했다. 계형철 코치 역시 "5월까지 배영수가 안 되면 그만두겠다"며 신인 때부터 지켜본 제자의 부활을 확신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