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끝나면 항상 기본은 하잖아".
KIA 내야수 이범호(36)는 지난해 데뷔 17년 만에 최고 시즌을 보냈다. 138경기에서 타율 3할1푼 150안타 33홈런 108타점 93득점 OPS .953. 데뷔 후 개인 최고 타율·안타·홈런·타점을 찍으며 KIA의 5강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팀 주장이자 4~5번 중심타자로 든든한 존재감을 뽐내다.
더 의미 있는 건 FA 계약 첫 시즌이었다는 점이다. 이범호는 지난 2015시즌을 마친 뒤 KIA와 4년 총액 36억원에 계약했다. 협상을 오래 끌지 않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원만하게 사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FA 계약 첫 해부터 개인 최고 활약을 펼치며 'FA 모범생' 타이틀이 붙었다.
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범호는 "FA 계약을 하고 난 뒤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감독님이 항상 좋은 말씀을 해준다. 안 좋을 때도 '시즌 끝나면 항상 기본은 하잖아'라고 힘을 불어넣어준다. 선수가 감독님께 느끼는 감정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그런 말씀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심전심, 김 감독의 마음을 이범호도 잘 안다. 지난 3년간 팀 주장을 맡았던 이범호가 동기 김주찬을 주장으로 추천한 것도 김 감독의 속마음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이범호는 "감독님께서 아직은 중간보다 고참이 주장을 했으면 하는 느낌을 받아 (김)주찬이를 추천하게 된 것이다"며 "요즘도 가끔 '캡틴' 부르면 한 번씩 돌아본다. 주장을 안 하는 캠프는 오랜만인데 이전보다 편해진 부분이 있긴 하다"고 웃어보였다.
주장 김주찬을 중심으로 KIA 캠프도 어느 때보다 활기 차게 움직인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고참 선수들에 대한 예우와 배려다. 고참 선수들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다이렉트로 팀 훈련한 뒤 숙소로 돌아간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개인 훈련 시간이 많이 부여됐다. 오후 훈련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치러진다.
이범호는 "젊은 선수들과 같이 섞여서 3~4조로 돌아가는 것보다 고참들이 먼저 연습을 하는 게 효율적이다. 점심 밥먹고 해야 할 것을 먹기 전에 빨리 끝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훈련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3~4명에서 돌아가며 타격 치는 양이 적지 않다"며 짧고 굵게 훈련을 하고 웨이트-휴식을 병행하며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겨울 공격적인 선수 보강으로 올 시즌 KIA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범호는 "확실한 4번타자(최형우) 한 명이 들어온 게 아주 크다. 타선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형우뿐만 아니라 (김)선빈이와 (안)치홍이까지 3명이 들어왔다"며 막강 타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후배들도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와 멤버가 좋아졌다는 걸 직접 느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경쟁이나 훈련에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 훈련 분위기만 봐도 딱 느껴지지 않는가"라며 올 시즌 KIA 성적을 자신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