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1 후원이 시작에 불과했다. 단지 '천재' 이윤열의 팬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키우기 시작한 e스포츠 사랑은 이제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뛰어넘어 e스포츠 업계의 큰 버팀목이 됐다.
바로 진에어 조현민 부사장이 이번 e세상인의 주인공이다. 그의 e스포츠 사랑은 정말 남다르다. 친누나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힘을 쓴다. 대한항공 내부에서 e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반대에 부딪혔을 때는 과감하게 진에어로 방향을 틀면서 인연을 이어나갔다.
창단이 아닌 후원이라고 자세를 낮추지만 절대로 자기가 품은 이 들을 먼저 내치지 않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진에어 스타2팀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로 인해서다.
지난해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가 폐지되면서 대다수의 프로게임단이 스타크래프트2 팀의 해체를 결정했지만 조 부사장은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프로리그가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품고 가는 용단을 내렸다. 그는 이제 선수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을 지난 2일 서울 대한항공빌딩 12층 회의실에서 만나봤다.
조 부사장은 진에어 그린윙스 선수들의 최근 일상을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름 아닌 스타2와 LOL 선수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는 소식을 전했다. 강제적으로 시킨 영어 교육이지만 선수들이 장래 보다 넓은 선택의 폭을 지니게 하고픈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났다.
"스타2와 LOL 선수들 모두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 선수들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죠. 프로게이머라도 이제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더군다나 e스포츠가 전세계적인 산업이 확장되는 시점에서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할 기회가 온다면 활동을 하거나 나중에 감독까지 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었어요. 영어 하나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강제로 시키고 있지만 후회는 안해요. 조건이 맞는다면 선수들이 미국에 있는 대학에 다녔으면 해요."
자연스럽게 스타2팀을 남기게 된 이유로 화제가 넘어갔다. 국내 스타2 e스포츠의 가장 큰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리그가 폐지된 시점에서 조 부사장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대한항공 그룹내에서 아직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에서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건 짐작이 쉽게 갈 수 있는 일이었다. 해마다 성적을 올린 선수들을 위해 프로리그가 없더라도 개인리그와 해외서 열리는 대회를 고려해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 앞서 이야기한 영어 교육을 선수들에게 시키는 이유도 스타2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아쉽고 슬픈일 이지만 협회의 결정 역시 계기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우리는 없애지 않으려 했어요. 지난해 프로리그 우승을 한 선수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못해 줄 망정 이 친구들을 내보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프로리그는 없지만 개인리그와 해외 대회는 여전하니깐요. 선수들은 이제 군대도 가야하고, 은퇴도 할 수 밖에 없는데 어떻게든 공부를 시키고 은퇴 후 안정된 미래를 만들게 하는 것이 지금 제일 큰 관심 중 하나랍니다."
조 부사장은 진에어 프로게임단에 대한 관심 요소 중 하나인 창단 관련 문제와 대한항공의 직접 후원에 대해서는 그룹내 분위기를 고려해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후원 금액을 올리고, 최근 화제를 불러모았던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워 게임단 후원에대해서도 검토 가능성도 전했다.
"진에어 규모가 게임단 운영을 하는 것은 아직 작아요. 과장하고 인턴 한명 배치된 상황이고, 게임단을 창단하는 것은 부담스럽죠. 창단에 대해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진에어 규모에서는 어렵죠. 대한항공 역시 어려운 점이 있어요. 스타크래프트와 LOL 대회로 분명 효과가 있지만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린윙스 게임단 스타1에 대한 분위기는 아직 없지만 동참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 같이 하지 않을까 싶어요. 팬들이 원하고 시장이 활성화되면 당연히 동참해야죠. 스타1까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미국 처럼 대학 e스포츠가 활성화 됐으면 하는 기대는 있어요. 선수들이 어떻게든 공부해서 은퇴 후 안정된 미래를 가지게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조 부사장은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피파나 IOC 같은 국제적인 조직이 있어야 하지만 e스포츠 전체가 월드컵 만큼 큰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많은 나라들이 투자를 하고 있으니 가능할 것도 같아요. 국내 게임사들의 게임이 LOL과 같은 위치에 선다면 100% 국제대회 후원을 하고 싶어요."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