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폭풍 시달린 전북, 길조 '우천' 만났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7.02.03 05: 29

모래 폭풍에 시달린 전북 현대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길조로 통하는 우천을 만났다.
전북이 세 번째 연습경기를 치르기로 한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UAE 두바이의 날씨가 순식간에 변했다. 아침에만 하더라도 파란 하늘과 잔잔한 바다를 자랑하던 두바이는 점심부터 강한 바람에 시끄러워졌다.파랗던 하늘은 금세 사라지고 노란 하늘이 대체했고, 바다는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모래 폭풍이었다. 평소 뚜렷하게 보이던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는 두바이의 명물 부르즈 할리파는 모래 폭풍에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계까지 예정된 전북과 브뢴비 IF(덴마크)의 경기가 취소되는 일은 없었다.

래폭풍은 더욱 거세졌다. 두바이의 도로에 위치한 전광판에는 차의 속도를 늦추라는 'Slow Down'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래폭풍이 심해져 시야가 급격하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북과 브뢴비의 경기가 열리기로 예정된 곳의 위치였다. 그라운드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지만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탓에 모래폭풍이 더욱 심했다. 경기를 보기 위해 가만히 서있어도 모래가 얼굴을 때릴 정도였다.
경기에 뛰어야 할 선수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설상가상 전북은 전반전 동안 맞바람을 맞았다. 시야는 좁아졌고, 긴 패스는 바람에 밀려 돌아오기도 했다. 바람을 등질 후반전의 반전을 기대했지만, 후반전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이점도 누리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은 전북에는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브뢴비도 마찬가지 조건이지만 한창 시즌을 보내다가 휴식기를 맞아 경기를 치른 만큼 전북보다는 조금이나마 앞설 수밖에 없었다.
흔히 '중동의 모래바람'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는 익숙하지 않은 날씨였다. 지난 2015년부터 UAE에서 새 시즌을 준비한 전북에도 첫 경험이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전지훈련을 오면 한 달 가량을 보냈지만 지난 2년 동안 이런 날씨는 경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전북은 90분 내내 모래폭풍에 시달린 끝에 브뢴비에 2-4로 패배했다. 후반전에는 브뢴비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전반전에 허용한 3골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패배의 아픔보다 모래폭풍의 후유증이 더컸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의 눈은 모래를 계속 맞아 빨갛게 됐을 정도였다.
궂은 날씨는 저녁에도 이어졌다. 모래폭풍에 이어 적지 않은 양의 비가 갑자기 내렸다. 연간 강수량이 100mm가 되지 않는 UAE에서 비는 매우 드문 일이다. 예상하지 못한 모래폭풍과 비까지 접한 전북에는 반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전북은 개의치 않았다. UAE에서 우천은 진귀한 소식이기 때문이다.
비가 올 줄 모르고 UAE의 날씨에 대해 설명했던 최 감독은 "UAE에서 비가 오는 건 1년에 3~5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UAE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비가 내리는 건 좋은 징조라고 하더라. UAE에서 처음 전지훈련을 치른 2015년에도 비를 한 차례 만났고, 정규리그 우승도 했다"고 2년 전을 떠올리기도 했다.
밤 늦게까지 내린 비는 쉬었다가 3일 오후에 잠시 내릴 예정이다. 3일에는 연습경기 없이 오전에만 훈련을 진행할 전북에는 큰 영향이 없다. 게다가 길조라는 UAE의 비를 이틀 연속 본 전북으로서는 기분이 나쁠 이유도 없다. 올해도 참가하는 대회의 우승을 노리는 전북에는 무엇보다 반가운 우천이다. /sportsher@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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