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낸 사령탑의 속마음도 착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팀의 미래 초석을 다지기 위한 ‘큰 그림’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과감하게 리빌딩 노선을 택한 kt는 이제 향후 행보가 더 중요하다.
지난달 31일, 농구계는 떠들썩했다. kt와 LG의 트레이드가 터졌는데, 중심은 다름 아닌 kt의 프랜차이즈 스타 조성민이었다. kt는 조성민을 LG로 보내고 포워드 김영환과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 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수많은 루머가 팀을 휘감았다. 팀의 기둥 선수가 이동하는, KBL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빅딜’이었기 때문. 구단 수뇌부에서 먼저 움직였다고는 하지만, kt 조동현 감독은 팀을 위한 ‘큰 그림’에 결국 힘든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kt가 내세운 트레이드 이유는 ‘리빌딩’이었고, 팀의 체질 개선이었다. kt는 그동안 ‘조성민의 팀’이었다. 간판 슈터 조성민의 존재 유무와 움직임에 따라 팀의 경기력이 좌우됐다. 조성민의 나이가 점점 들어갔지만, 팀 내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팀이 하향곡선을 타는 와중에 조성민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그리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조동현 감독은 2일 동부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트레이드 보고를 받았을 때 당연히 고민을 했다”면서 “조성민을 보내면서 아쉬운 것은 당연하다. 마음적으로 힘든 부분 이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내는데 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 있겠냐. (조)성민에 미안한 마음이 크고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팀의 리빌딩적인 측면과 갈수록 커져가는 조성민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성민을 보내면서 당장의 탱킹 여론을 무마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수준급의 신인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 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구단과 큰 틀을 같이했다. 조동현 감독은 “리빌딩이 그동안 되지 않았고, 구단도 변화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kt가 나아갈 방향은 ‘조성민의 kt’가 아닌 kt만의 색깔을 갖춰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앞으로 팀의 중심도 조성민이 아닌, 김우람과 이재도 등의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 감독은 “조성민이 부상으로 없을 때에도 이재도와 김우람 등이 책임감을 갖고 플레이를 펼쳤고, 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데, 결국 조성민이 돌아와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는데도 코트에서 조성민만 찾고 있었다. 이재도와 김우람 등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팀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조성민은 LG 유니폼을 입었고, 김영환은 팀에 합류해 첫 경기를 뛰었다. 김영환은 “부담은 없다. 감독님께서도 한 팀이 되어보자고 하셨고, 선수들도 많이 도와줘서 쉽게 적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의 합류와 더불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구단을 꾸려가는 지에 대한 플랜이 확실하게 필요하다.
일단 트레이드로 kt는 다음 시즌 신인 지명권 2장을 보유했다. 김영환의 합류보다 더 주목이 가는 부분이다. kt가 언급한 체질 개선과 리빌딩을 위한 길은 확보가 된 셈이다. 다음 시즌 드래프트 자원 자체가 최근 몇 년보다 다소 빈약하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허훈, 안영준(이상 연세대), 김낙현(고려대), 하도현(단국대) 등의 상위 순번 후보군들에 높은 확률로 다가선 것도 사실이다.
현재 kt는 가드 자원 자체는 풍부하지만 이재도를 비롯해 최창진, 박지훈 등 가드들 모두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김종범이 버티는 스몰포워드 포지션도 높이가 낮은데, 김종범도 상무 입대를 해야 하는 처지다. 이래저래 국내 선수 라인업에서 열세를 보이는 kt다. 어떻게든 다음 시즌 신인 지명권 2장이 팀 구성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변수는 kt의 드래프트 저주다. 신인 지명권 추첨에 있어서 불운함이 따르며 선수 수급이 힘든 면이 있었다.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가 나온 올 시즌 드래프트에서도 높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6순위 지명권을 얻는데 그쳤다. 또한 이전 시즌에서도 지명권 트레이드로 신인 수급의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kt는 그동안 정체되어 온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리빌딩 버튼을 과감하게 눌렀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내며 홈 팬들의 비난 여론까지 한꺼번에 맞으면서까지 결단을 내렸다. 과연 kt가 그리는 ‘큰 그림’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