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각오로 싸우겠습니다”.
약 1년 반 만에 케이지로 돌아오는 박해진(25, 쎈짐)의 짧은 한마디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박해진은 오는 2월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XIAOMI ROAD FC 036 100만불 토너먼트 인터내셔널 지역 예선 A조 리저브 매치에 출전한다. 상대는 주짓수 선배이기도 한 ‘공무원 파이터’ 이형석(30, 팀혼)이다.
박해진은 지난 2015년 8월 ROAD FC YOUNG GUNS 24에서 최종찬에게 판정승을 거둔 이후 케이지에서 볼 수 없었다. 부상에 생활고까지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생계를 잇기 위해 케이지를 잠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 회사에서 양중팀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서 엘리베이터 설치 전에 자재들을 세팅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박해진은 케이지에 다시 오르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박해진은 “일을 하다 보니 경기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하긴 하죠. 그래도 둘 다 포기할 수 없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박해진이 이번에 출전하는 리저브 매치는 토너먼트 도중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대체자로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승자에게 주어진다. 반드시 이겨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기에 박해진은 더욱 간절했다.
“요즘 이순신 장군님의 명언을 계속 생각해요.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하면 죽을 것이다.’ 라는 그 말씀처럼 죽을 각오로 싸워볼 생각입니다. 이번 시합에 반드시 이겨야 더 큰 기회가 주어지는 거니까요. 더 큰 목표는 생각하지 않고 일단 이번 시합에만 집중하겠습니다”
박해진은 이번 시합의 상대인 이형석에게 “주짓수와 격투기 모두 대선배지만, 이번엔 꼭 서브미션을 받아내겠습니다. 그라운드로 끌고 가도 무조건 이길 자신 있습니다. 케이지에 올라 올 땐 멀쩡히 올라오시겠지만, 내려갈 땐 어디 하나 편치 못하게 내려가실 겁니다”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번 토너먼트 최종상대인 ‘100만불의 사나이’ 권아솔은 박해진에게 우상 같은 존재이다. 박해진은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인 어릴 때부터 많이 봐왔어요. 정말 닮고 싶은 선수이고, 지금도 존경하는 선수입니다. 혹시라도 토너먼트 우승해서 권아솔 선수와 붙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일 것 같습니다(웃음)”라며 권아솔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로드 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