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는 이동국을 만든 곳, 전북 현대는 이동국을 돋보이게 만든 곳.
이동국(38, 전북 현대)하면 떠오르는 유니폼의 색깔은 무엇일까. 10년 전만 하더라도 검정색과 빨강색을 바탕으로 하는 포항 스틸러스의 유니폼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이동국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유니폼은 형광색의 전북 유니폼이 됐다.
당연하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한 이동국은 8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포항에서 보낸 시간은 7년이 안 된다. 시간만이 아니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 득점왕 및 도움왕, MVP 등극에 성공했다. 신인상은 포항에서 받았지만 선수의 완성을 상징하는 다수의 타이틀은 전북에서 얻었다.
이동국이 차지한 영광의 순간 대부분을 전북에서 일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전북과 처음으로 연을 맺은 이동국은 올 시즌으로 전북과 9년을 함께하게 됐다. 이제 이동국은 전북의 상징이 됐고, 전북은 이동국에게 '나의 팀'이 됐다.
▲ 포항에서의 시간보다 전북에서의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 대중에게 포항의 이동국보다 전북의 이동국이 더 강하게 기억될 것 같다.
- 포항은 이동국이라는 선수를 만든 곳이다. 나를 발굴했고 키웠다. 나도 포항에서 태어났고, 축구를 하게 됐다. 그러나 전북에 와서는 돋보이는 선수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포항에서의 시간이 길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전북이라는 팀이 우리 집, 고향 같이 느껴진다.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전북팬들과 지역 내 축구팬들이 많아 졌다. 전북의 축구 문화라는 게 형성이 됐는데, 그게 너무 뿌듯하고 좋다. 어딜 가든 전북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룰 수 있고, 전국에서 전북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들이 늘어서 기분이 좋다.
▲ 전북에서 많은 걸 이루었다. 리그 득점왕, 도움왕, MVP,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MVP 등 너무 많다.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개인 타이틀은 다 얻은 것 같다. 그러나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낸 기억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작년에도 근육이 안 좋아서 2~3경기를 빠져야 했다. 그런 부분에서 한 시즌을 보내면서 부상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그래도 큰 부상이 없다는 점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 프로에 데뷔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연도가 있다면 언제인가? 왜 그 때가 기억에 남는가?
- 2009년 첫 정규리그 우승 때인 것 같다. 그 때 전북은 우승을 바라볼 수 잇는 팀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승을 달성했다. 값진 우승이었다. 그래서 그 때의 추억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최강희 감독님도 그러실 것 같다. 내게는 첫 리그 우승이기도 하다. 그 때를 기점으로 해서 전북이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 지도자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 이동국이 아닌 지도자 이동국이 희망하는 것은 무엇이 있나?
- 휴가 기간 동안 지도자 교육을 받고 왔지만 내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있다. 교육을 받으면서도 지도자는 쉽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뛰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현재 지도를 하고 계신 분들이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도자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되는 계기가 됐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야 할 것이다. 조금이나마 느낌을 알게 됐다. 아직은 내가 어떤 지도자가 되겠다는 생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래도 지도자가 된다면 선수들과 소통을 잘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단점보다 장점을 부각시켜 줄 수 있는 선수들의 지도자가 되고 싶다.
▲ 신인 시절 룸메이트였던 FC 서울 황선홍 감독이 스타 플레이어로서 성공한 지도자인데?
- 우여곡절이 많으셨던 것 같다. 선수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랐던 것 같기도 하고,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포항을 시작으로 지금의 서울에 가서 맞는 옷 입으셨다고 생각한다. 스타 플레이어는 훌륭한 지도자 될 수 없다는 걸 확실히 뒤집는 지도자가 되셨다. 앞으로도 응원 계속하고 싶다. 귀감이 될 수 있는 분이다. /sportsher@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