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는 꼭 와딩(와드를 전장에 설치)을 했어야 하는데, 원석이는 와딩에 너무 소홀해요. 여기서 와딩이 되어 있으면 우리가 질 수 가 없는데."
스크림을 피드백 하는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진지했다. 이지훈 감독을 비롯해 오창종, 정제승 코치도 그의 말에 귀를 세우고 경청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팀 내에서는 '맛탕' '추사랑' 등 재밌는 애칭을 붙였지만 LPL과 과거 2014시즌 삼성 왕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야전 사령관'이라고 한다.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상대를 일시에 압도하는 딜러는 아니지만 소환사의 협곡을 지배하는 그의 귀환을 올해 LCK의 가장 큰 화제로 꼽기도 했다. 그는 바로 '마타' 조세형이다.
지난 해 12월 5일 LOL e스포츠 판이 떠들썩하게 하는 뉴스가 나왔다. '타도 SK텔레콤'을 목표로 리빌딩을 구성중이었던 KT가 팀원의 마지막 퍼즐로 '마타' 조세형의 합류를 발표하면서 '슈퍼 팀'의 탄생을 알렸다. 시즌 시작 이후 KT는 SK텔레콤과 함께 일찌감치 치고 나가면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좋은 선수'가 아닌 '최고의 선수'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한국 롤챔스 무대로 돌아온 '마타' 조세형의 이야기를 한참 찬바람이 부는 1월 어느날 들어봤다.
그는 중국 LPL에서 시즌이 끝나면 각 팀에서 러브콜을 외치던 특급 선수였다. 첫 해였던 2015시즌 비시게이밍에서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그의 진가를 알고 있던 ‘로열클럽 네버기브업(이하 RNG)’에서는 거액의 이적료 지불과 함께 그를 모셔왔다. 당연히 연봉도 올라갔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2부리그에서 올라온 RNG는 곧장 2016 LPL 스프링 시즌 우승과 서머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일약 LPL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당연히 팀에서는 두둑한 연봉 인상과 함께 재계약을 원했지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한국행을 선언했다. 2015시즌 종료 이후 추진했던 한국행은 당시 비시게이밍(VG) 계약과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제는 자기가 원하는 걸 해내야 속이 풀리는 도전정신이 다시 발동됐다.
"2015시즌 끝나고 나서도 한국 복귀를 생각 했지만 돌아올 마땅한 팀이 없었고, 시간도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 생활이 너무 지쳤는지 무조건 한국에 오겠다는 생각 밖에 안들더라고요. 팀을 구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어요. 최악의 경우에는 쉴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니깐요. 그리고 나서 팀을 구해야 하는데 때마침 옛 친구들과 뜻이 잘맞고, 저를 원하는 KT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2년간의 중국 LPL을 통해 조세형의 중국어 실력은 경기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 이를 알고 있는 RNG측에서도 그에게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연봉을 제안하면서 팀의 잔류를 권유했다. 하지만 특급 대우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택은 한국행이었다.
"돈을 벌거라면 한국에 올 이유는 없었죠. LPL에서 뛰었다면 몇 배를 제의 받았으니깐요. 정말 대우가 기존에 비해 상상도 안될 정도의 제의를 해주셨어요. 그런데 너무 지쳤는지 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음식이나 문화나 2년을 있어도 힘든점이 많았어요. 한국 음식을 중간 중간 챙겨먹었지만 매일 먹을 수는 없었으니깐요. 매운 한국 음식이 정말 먹고 싶더라고요. 우선 잘 챙겨먹고 지친 몸을 추스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아무래도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던 것 같아요."
2월 1일 현재 KT의 성적은 3승 무패로 SK텔레콤과 공동 선두다. 올스타전이 끝나고 12월 중순부터 훈련에 돌입한 짧은 기간임을 감안하면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 하지만 선수들의 특급 기량을 고려하더라도 '탈수기 메타'로 리그를 평정하며 삼성왕조를 열었던 '마타' 조세형의 숨은 공도 빼 놓을 수 없다.
"아직 많이 부족하죠. 2년 전 LCK에서 뛸 때와는 다른 느낌이에요. 스크림을 하거나 경기를 하면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 밖에 안들더라고요. 그대로 좋은 건 음식도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인터넷이나 게임할 때 환경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는 점도 좋은 것 같아요. 일상 생활에서도 말도 잘 통하고, 이제 경기 내적으로 실력을 올리면 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부족한 점을 묻자 그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거침없이 터진 말문은 삼성시절 동료들과 다시 모인 감회도 들을 수 있었다.
"중국 LPL에서 뛰다 보니 아직 그쪽 메타에 몸과 생각이 익숙해있는 것 같아요. 습관이 좀 남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 점을 계속 한국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중국에서 뛰던 삼성 시절 동료들과 함께 하게 됐는데요. 한국에서 팀을 구하게 되면 데프트와 같이 하고 싶었어요. 만약 혁규만 팀을 구하면 저는 정말 쉴 생각도 했으니깐요. 그런데 우리 팀 선수들을 보니깐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이 선수들하고 함께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폰' 원석이도 마찬가지에요. 화이트에서 같이 했지만 오래한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EDG를 상대한 기간이 길죠. 상대팀으로 만났을 때 '강하다' 잘한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꼭 같이 하고 싶었고, 결국 그 뜻이 이뤄지게 됐죠."
출발은 좋지만 앞으로 결과에 대해 그는 분명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책임감을 넘어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팀 분위기도 자유스럽고 경기 내적으로도 예전과 다르게 많은 부분을 부담하지 않아서 좋지만 제일 좋은 건 LOL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이제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더라고요. 빠른 94년생이라 친구들은 우리나이로 스물 다섯이니깐요. 팬 분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서 좋지만 우승을 못한다면 뭔가 강력한 여론이 형성될 거 같아요. 하지만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거 같아요.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2년간 중국에 있다보니깐 기억 못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마타가 누군지 다시 한 번 알려드리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