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로 늦춰진 스프링캠프가 KBO리그의 판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 시즌 KBO리그의 가장 달라진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스프링캠프 시작이다. 지난해까지만 1월15일을 전후로 각 팀들이 스프링캠프를 떠났지만, 선수협 차원에서 1월31일까지 비활동기간으로 지정함에 따라 올해부터는 2월부터 스프링캠프가 시작된다. 미국과 일본처럼 2월부터 캠프 시대가 열린 것이다.
12월부터 1월까지 두 달 동안 비활동기간에 선수들은 별도의 코치 지도 없이 각자 개인훈련을 했다. 스타급 선수들은 대부분 삼삼오오 모여 따뜻한 해외로 날아가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반면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저연차 및 저연봉 선수들은 대부분 쌀쌀한 국내에 머물며 훈련해야 했다.
선수협이 전국 20개 피트니스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어 선수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다. 12월까진 야구장 출입도 금지됐다. 모 선수는 "야구장에 웬만한 운동 시설들이 마련돼 있어 편하다. 피트니스센터에는 사람들이 붐벼 훈련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해외로 훈련을 떠나고 싶지만 금액이 많이 들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현장 지도자들도 스프링캠프가 늦게 시작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비활동기간 단체 훈련 금지를 반대해온 김성근 한화 감독은 "2월에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만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모르겠다"며 "11월 마무리캠프를 잘 소화해도 12~1월 두 달을 쉬면 전부 잊어버린다. 좋았던 것을 이어가기가 어렵다. 결국 2월 스프링캠프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감독은 "강팀들은 캠프를 늦게 시작해도 그나마 여유가 있다. 경쟁이 되는 선수들이 있으면 알아서 훈련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팀들은 주전 선수들이 적당히 훈련하고 만다. 연습을 많이 해서 기량을 쌓아야 할 젊은 선수들에겐 시간이 너무 모자라다. 지금 경쟁 안 되는 팀들이 많다"며 전력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어느 정도 기술이 만들어진 주전 선수들에 비해 백업 또는 저연차 선수들은 홀로 몸만들기뿐만 아니라 기술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캠프 시작이 2월로 미뤄진다고 해서 시즌 개막이 더 늦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젊은 선수는 자신을 어필할 시간이 짧아졌다.
또 다른 지도자는 "경험이 많지 않은 비주전 선수들이 캠프에서 베테랑 주전을 따라 잡는다고 하지만 절대 안 된다.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캠프가 짧아질수록 주전과 비주전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당장 올 시즌 리그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5강팀들의 전력 보강과 유지가 이뤄진 반면 하위 5개팀들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5강팀들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캠프 기간이 짧아진 것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첫 2월 캠프가 우려대로 전력 양극화를 초래할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