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우승해도 문제다. 우리은행의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아산 우리은행은 지난 27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17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2위 삼성생명을 86-67로 제압했다. 24승 1패를 기록한 우리은행은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소경기로 정규리그 5연패를 확정지었다.
▲ ‘일부러 져줄 수도 없고...’ 남은 10경기 운영 어떻게?
우리은행은 앞으로 2라운드, 10경기가 남았다. 나머지 5개 팀을 상대로 두 번씩 맞붙어야 한다. 어차피 정규리그 우승을 했으니 후보 선수들을 올리는 식으로 방만하게 운영하지는 않는다. 위성우 감독은 “후보 선수들을 갑자기 주전으로 내보낸다든가 그런 것은 없다. 뒷말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우승을 했지만, 나머지 5개 구단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3위 신한은행(11승 14패)과 6위 KB스타즈(8승 17패)의 승차는 3경기에 불과하다. 이들이 기대치 않았던 우리은행에게 1승을 거둔다면 2승 이상의 효과가 있다. 우리은행이 플레이오프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어쩌다 우리은행이 패하기라도 하면 ‘플레이오프에서 유리한 상대를 고르려 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우리은행이 후보선수를 기용하기도 조심스러운 이유다. 우리은행이 괜한 오해를 피하려면 남은 경기서도 공평하게 상대를 다 이기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남은 10경기서 선수들을 전처럼 똑같은 강도로 뛰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임영희(37), 양지희(33) 등 노장들의 경우 체력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패배를 용인할 정도로 위성우 감독의 성격도 무르지 않다. 아이러니다. 선수들 입장에서 빨리 점수 차를 벌려놓고 쉬는 게 최선이다. 위 감독은 “임영희 등은 나이도 있다. 탄력적으로 유동성 있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말처럼 쉽지 않은 과제다.
우리은행은 프로스포츠 최고승률에도 도전하지 않는다. 위 감독은 “기록을 보고 혹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고승률기록은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매년 하던대로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은행이 남은 경기서 9승 1패 이상을 달성하면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 챔프전까지 앞으로 두 달...컨디션 관리 고민
정규리그 5연패로 우리은행은 5년 연속 챔프전에 직행한다.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서 챔프전이 개최되는 기간까지 실전감각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최소경기 우승으로 올 시즌은 더 애로가 많다. 앞으로 챔프전까지 두 달여의 시간이 남았다. 선수들이 긴장이 풀어져 자칫 나태해질 우려가 있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우승을 했지만, 긴장의 끈은 놓지 않을 계획이다. 2,3위 팀들의 순위가 확정된 후에는 달라질까? 그 때 가서는 또 통합우승을 걱정해야 한다. 한마디로 통합우승 트로피를 들기 전에 여유는 없는 셈이다.
위성우 감독은 정규리그 5연패 직전까지도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깊은 고뇌를 거듭했다. 우승 후에도 크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원래 정규리그 우승 후에는 헹가래를 안했다. 정규리그 우승이니까 세리머니도 간단하게 한다”며 웃었다.
언제나 만일의 사태까지 대비하는 위 감독의 철저한 준비성이 바로 우리은행 5연패의 비결이 아니었을까. 타 팀들이 파고들만한 방심의 틈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 우리은행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