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상호의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김상호는 당시를 되돌아보며 “내 기사가 뜬 줄 알았다. 지인들의 연락이 엄청 많이 왔다”고 전했다.
지난 24일은 롯데가 이대호를 총액 4년 150억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이대호의 6년 만의 컴백에 조원우 감독을 비롯해 팬들은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이대호가 포진한 타선의 존재감, 그리고 팀 내에 미칠 리더십 등을 고려하면 유무형적 상승효과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의 복귀는 구단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KBO리그 최대 이슈였다.
이대호의 컴백은 김상호에게도 중대한 이슈였다. 지난해 주전 1루수로 가능성을 보여준 김상호는 이대호가 돌아오면서 직격탄을 정면으로 맞은 선수였기 때문. 지난 30일 스프링캠프 출발 전 만난 김상호는 “24일 오전에 소식을 듣고 멍한 생각이 들긴 들었다. 그렇다고 생각 안 한 일은 아니었다”면서 "나는 괜찮다고 생각을 했는데, 주위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김상호는 지난해 114경기 출장해 타율 2할9푼 7홈런 5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7할6푼을 기록했다. 이대호가 떠난 뒤 박종윤 외에 마땅한 주전 1루수감을 찾지 못한 롯데 입장에선 단비와 같은 활약이었다. 1루수로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1루수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선수가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롯데에는 희망이었다.
김상호 본인도 지난해 풀타임의 가능성을 엿본 뒤 지난해 부족한 점으로 꼽혔던 장타력 증강을 위해 비시즌 벌크업을 시도했다. 김상호의 프로필상 체중은 85kg. 그러나 김상호는 현재 “91~2kg정도 나가고 있다. 많이 먹으면서 지난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체중을 늘렸다. 준비를 잘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상호는 이대호가 돌아오면서 주전 1루수 경쟁에서 밀려나는 처지가 됐다. 이대호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4번 타자 겸 1루수는 언제나 이대호의 자리다. 조원우 감독도 일찌감치 공언했다. 김상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거의 없다.
이제 김상호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3루로 ‘유랑’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김상호는 상무에서 전역한 뒤 1군 생존을 위해 꾸준히 3루수로 연습을 했지만, 전문 3루수로 나설 정도의 기량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상호에게 3루 시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는 “3루 생각을 많이 했다가 지난해 1루수로 하면서 ‘나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3루로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1루도 놓지는 않겠지만 3루 연습 비중도 높일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김상호는 지난해 보여준 가능성을 잊고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처지다. 입지는 당연히 좁아졌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그에게 이대호의 존재는 어쩔 수 없었다. 당초에 세워뒀던 목표들도 모두 잊었다. 김상호는 “사실 올해 자신이 있었다. 나름대로 계획했던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애리조나에 가서 훈련을 하면서 어디에 올인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래도 시즌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제대로 경쟁이 시작되는데 일단 아프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