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정대현(39)에겐 가혹한 겨울이다.
롯데는 30일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로 출국했다. 이날 롯데는 전지훈련 출발과 동시에 캠프 명단 45명을 발표했다.
롯데는 전지훈련 명단 구성의 방침으로 ‘연봉 계약 완료’를 전제로 내세웠다. 미국 애리조나로 떠난 전지훈련 멤버들은 모두 연봉 협상이 완료된 선수들이다. 설 연휴 직전 몇몇 선수들과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연휴 때 이들과 연봉 협상을 완료했다.
이로써 롯데는 사실상 연봉 협상을 마무리했다. 현재 미계약자로 남아있는 선수는 승부조작 수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투수 이성민, 그리고 정대현 뿐이다. 이성민의 경우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정대현은 여전히 협상을 펼쳐야 한다.
정대현은 지난 2011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롯데와 4년 36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후 정대현은 롯데에서 첫 시즌이었던 2012년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24경기(28⅓이닝) 2승 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했다. 정규시즌보다는 포스트시즌에서 그 위력을 떨치며 영입 이유를 증명했다.
그러나 이후 정대현의 시즌은 그리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2013년과 2014년 시즌 대부분을 소화했지만 각각 평균자책점 3.33-4.07을 기록하며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FA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던 2015년 19경기(18⅓이닝) 2승1패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95에 그치면서 FA 재취득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정대현은 FA 계약 때 받았던 연봉 5억 원에서 36% 삭감된 3억2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에 정대현도 절치부심하며 부상 없이 시즌을 온전히 맞이할 준비를 했다. 조원우 감독 역시 정대현을 중용하며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정대현의 위력은 전성기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24경기(17⅓이닝) 1승 8홀드 평균자책점 5.19의 성적만 남겼다. 시즌 중반 골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 말소되기도 했는데 결국 8월 7일을 두산전을 끝으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쳤다.
이에 정대현은 2년 연속 FA 자격을 재취득하지 못했고 올해 역시 비FA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연봉 협상을 펼쳐야 하는 처지다.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칼바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정대현의 연봉 협상이 완료되면 결과를 일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면 정대현은 연봉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해 전지훈련에 불참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른 사안의 문제였다. 정대현은 연봉 협상 결과와는 별개로 이번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팔꿈치 재활을 하고 있는 송승준을 비롯해 이명우, 강영식, 노경은, 윤길현, 손승락 등 베테랑 투수들이 모두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됐지만 정대현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젊은 투수들인 정태승, 김원중, 김성재, 김유영, 배제성, 차재용에 신인 이지원과 강동호가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대현의 입지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롯데 관계자는 “선수 등록 마감일인 오는 31일 정대현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고 밝혔다. 과연 정대현이 KBO리그 선수 등록 마감일인 31일까지 연봉 협상을 완료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