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미풍아', 오락실서 기억 찾는 MBC 주말극 클래스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1.30 06: 42

역시 MBC 주말극답다. 답답하게 착하기만 한 주인공과 그에 반해 뒷목 잡게 만드는 악녀, 출생의 비밀과 고구마 전개, '불어라 미풍아'에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MBC는 확실히 이 막장 요소들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왔다 장보리'는 시청률 30%대 후반을 넘나들며 악녀 이유리에게 2014년 연기대상을 안겼고 1년 뒤 '내 딸 금사월' 역시 안방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욕하면서 본다는 MBC 주말극의 계보를 '불어라 미풍아'가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비록 시청률은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에 비해 턱없이 모자르지만 고구마 전개, 막장 스토리 등이 어쩐지 비슷하다. 

29일 방송된 '불어라 미풍아' 45회에서는 영애(이일화 분) 미풍(임지연 분) 모녀와 신애(임수향 분) 사이 악연의 진실을 쥐고 있는 대훈(한갑수 분)이 중요 인물로 그려졌다.
대훈은 탈북 당시에 총에 맞은 충격 때문에 10살에서 기억이 멈춘 상태. 이 때문에 신애를 가짜 딸로 믿고 있으며 진짜 아내와 딸인 영애 미풍 모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대훈의 기억이 잠깐 돌아왔다. 신애만 승승장구하는 답답한 전개에서 시청자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 대목이지만 계기가 조금 황당했다. 대훈이 오락실 총싸움 기계를 보고 과거를 떠올렸기 때문. 
"내가 왜 남조선에 있냐"고 자문한 그는 거리를 헤매다가 멀리서 아내 영애를 발견했다. 그는 단박에 "여보"라며 영애의 뒤를 쫓았고 두 사람은 그토록 바라던 부부 상봉을 이뤄냈다. 
기억을 다소 잃은 채로 대훈은 영애에게 가족들의 생사를 물었다. 영애는 전단지까지 돌리며 찾던 남편을 뜻밖에 만나 하염없이 울었다. 긴 얘기는 집에 가서 하자며 둘은 영애의 집으로 향했다. 
그 순간 대훈은 지나가는 버스 소리에 놀라 다시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또 기억을 잃었고 영애를 알아보지 못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반전과 반전에 영애는 물론 안방 시청자들마저 멍해졌다. 
마치 2015년 방송된 '킬미힐미' 속 다중인격 차도현을 보는 듯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한 지성은 연기대상을 받을 정도로 순식간에 변하는 차도현과 7인격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그 역시 뜬금없이 인격을 소환하곤 했지만 '불어라 미풍아'는 조금 다른 상황. 오락실 총소리에 트라우마를 깨고, 곧바로 오랫동안 헤어진 아내를 만나 펑펑 울다가, 버스 소리에 다시 10살로 돌아간 대훈이다. 
시청자들은 혹시 대훈이 신애에 대한 완벽한 복수를 위해 다시 기억이 안 나는 것처럼 구는 게 아닐까 의심까지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훈이 점점 영애에 대한 기억과 그가 끼고 있는 반지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영까지 남은 건 8회. 권선징악의 엔딩이 예고되는 '불어라 미풍아'가 어떤 전개로 시청자들을 달랠지 궁금해진다. /comet568@osen.co.kr
[사진] '불어라 미풍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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