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익래 인턴기자]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보여줄게 훨씬 더 잘해진 나!"
KBO리그 10개 구단은 30일부터 순차적으로 본격적인 담금질을 위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강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줄이는 것이 구단의 목표인 것은 당연하다. 흔히 '미친 선수'가 나오면 단기전에서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친 선수가 시즌 중에 나와서 안될 이유는 없다. 구단별 지난해 아쉬움을 남겼던, 혹은 더 잘해줄 거라 기대되는 선수를 꼽아봤다.
이현승은 지난해 블론세이브 7개를 기록했는데 후반기에만 4개였다. 2사 득점권에서 피안타율은 무려 3할6푼1리였으며 CL&Late(7회 이후 3점차 이내) 상황 피안타율은 3할2푼에 달했다. ‘승부처’에서 믿지 못할 투수였던 셈.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3경기 등판 3⅓이닝 등판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22경기 출장 27이닝 평균자책점 0.33. ‘언터쳐블’이다. FA 자격을 얻어 3년 27억 원의 계약을 맺고 잔류했다. 이현승의 시계가 늘 가을이라면 두산은 불펜 걱정을 덜게 될 것이다.
NC는 늘 외국인 투수들이 마운드의 중심을 잘 잡아줬지만 토종 선발투수들의 성장세가 더뎠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민호다. 지난해에도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했지만 시즌 중반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그래도 ‘불펜’ 이민호는 준수했다. 선발로 평균자책점 6.43을 기록했지만 불펜으로는 2.76에 불과했다. 김경문 감독도 “이민호는 불펜이 어울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민호가 마산 앞바다의 인어가 돼 푸른 바다의 전설을 써내려간다면 NC의 대권도 먼 나라 얘기는 아니다.
임찬규는 신인이던 2011년 이대호를 상대로도 스트라이크존 복판에 속구를 꽂아넣으며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군 전역 후 첫 시즌인 지난해에도 15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6.51에 그쳤다. 보직도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올해도 경쟁이다. 군 전역 한 신정락 등이 임찬규와 5선발을 두고 다툰다. ‘데이비드 허프-헨리 소사-차우찬-류제국’의 ‘어메이징4’에 임찬규까지 더해진다면 LG 선발진은 어느 팀에도 쉽사리 밀리지 않을 것이다. ‘강한 멘탈’ 임찬규가 팬들의 멘탈까지 테스트할 이유, 더는 없다.
2015시즌 도중 한화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 된 양훈은 그해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서 그야말로 맹활약하며 2016년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여놨다. 3선발의 역할을 맡았지만 2016시즌 20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 8.28로 무너졌다. 손혁 코치는 칼럼을 통해 “양훈의 오버페이스를 막지 못했다. 양훈은 내 아픈 손가락이다”라고 미안함을 드러냈다.
1억 5000만원이던 연봉은 9500만원으로 삭감됐다. 팀내 최고 삭감액이다. 장정석 신임 감독은 외인 두 명 이후 로테이션을 확정하지 못했다. 여전히 기회는 있다.
KIA는 지난해 번갈아 마스크를 썼던 이홍구, 백용환, 이성우 등이 모두 부진했다. 포수난에 신음하던 가을, 한승택이 엔트리에 합류하며 반전을 만들어냈다. 단 몇 경기에서 눈도장을 받은 한승택은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2차전에도 모두 선발 마스크를 썼다.
신인답지 않게 배짱있는 투수 리드로 김기태 감독은 물론 많은 야구인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물론 프로통산 타율 9푼8리(61타수 6안타)의 방망이는 아쉽다. 2할대 중반의 타율은 기록해야 수비도 함께 빛날 수 있다.
2015시즌이 끝날 때까지 ‘진기명기’였던 그의 별명은 ‘2땅기’로 바뀌었다. 지난해 내야에 머문 타구(62%)가 외야로 건너간 타구(38%)보다 훨씬 많았다. 뜬공/땅볼 비율 0.39로 3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중 이대형, 손아섭에 이어 3위였다. 125개의 땅볼 중 46개가 2루수 땅볼이었다. 별명이 무리가 아니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며 퓨처스 팀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 이명기는 “목표를 세웠더니 숫자에 연연하게 됐다. 그저 1군에서 활약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테이블세터가 유달리 부진했던 SK. 이명기의 반등은 필수다.
최진행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규정타석을 채우며 한화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 기간 성적은 타율 2할7푼, 출루율 3할6푼6리, 장타율 0.461로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이후 최근 3년 간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진 데다 각종 부상까지 겹치며 부진했다. 언뜻 비율 성적은 좋아보여도 누적 기록이 아쉬웠다.
올해도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햄스트링이 올라왔다는 진단이다. 김태균과 윌린 로사리오가 꾸리는 중심타선에 최진행의 존재 유무는 상대 투수에게 분명히 다른 느낌이다.
5년 연속 20세이브. 축하받을 대기록이지만 지난해 손승락은 분명 밝음보다는 어두움이 많았다.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손승락은 22경기 등판해 25⅓이닝 평균자책점 6.04를 기록했다. 팀의 소방수로는 실격이었다.
반면 이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달에는 27경기에서 역시 25.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했다. 손승락에게 4년 60억 원의 계약을 안겨준 롯데가 그렸던 모습이었다. 올해 손승락이 6~8월의 모습일지 나머지 달의 모습일지 여부에 롯데의 성적도 널뛸 전망이다.
2011시즌부터 삼성의 1번타순을 지킨 배영섭. 그는 빠른 발과 ‘눈야구’가 되는 선구안을 앞세워 2011시즌 신인왕에 올랐다. 2012시즌을 잠시 쉬어간 그는 2013년에도 활약을 이어갔다. 그야말로 붙박이었다. 하지만 레다메스 리즈에게 머리를 강타하는 사구를 맞으며 아쉬움을 남긴 채 입대를 선택했다.
배영섭의 복귀는 삼성에 천군만마가 될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배영섭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동안 박해민이 일취월장 하며 주전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최형우가 떠나며 라이온즈파크의 외야에 공백이 생겼다. 배영섭이 반등한다면 그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결혼을 했다. 새신랑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대로라면 장성우-박세웅을 축으로 한 롯데와 kt의 트레이드는 한 팀에게는 역사상 최고의, 다른 한 팀에게는 창단 이래 최악의 한 수가 될 전망이다. 장성우는 2015시즌 kt 이적 후 111경기에서 타율 2할8푼9리, 10홈런, 65타점을 기록했다. 공격형 포수가 유망주의 알을 깨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며 피해자에게 고소까지 당했다. 법적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KBO에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비록 지난해 중반 징계는 해제됐지만 1군 복귀는 없었다. 인성의 반전이 먼저고 복귀 후 활약 여부는 나중이다. 그 반전 없이는 1군 복귀도 없어야 한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