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익래 인턴기자] “할리우드는 이방인과 외국인이 함께 한다. 그들을 쫓아내면 당신은 예술이 아닌 풋볼이나 격투기만 볼 것이다.” 올해 초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은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68)이 도널드 트럼프(71)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겨냥해 남긴 수상 소감이다.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도 포함될 날이 올 수도 있다.
텍사스 지역 언론 ‘달라스모닝뉴스’는 29일(이하 한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탓에 다르빗슈 유(31·텍사스)의 아버지가 아들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 행정명령은 테러와 연관된 이라크, 이란,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비자발급 및 입국을 90일 동안 일시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위 7개국 외 다른 나라의 국적도 함께 가진 이중국적자도 미국 비자발급 및 입국이 일시 불허된다.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미국 잠입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위 7개국 국적을 가진 선수가 없다. 그러나 엉뚱한 곳으로 유탄이 튀었다. 다르빗슈의 아버지 파사드다. 파사드는 이란 출신이지만 일본 국적을 가진 이중 국적자 즉,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의 대상이다.
물론 다르빗슈는 일본 국적을 선택한 덕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러나 다르빗슈가 2012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종종 경기장을 찾아 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곤 했던 파사드는 TV로만 아들을 볼 위기에 놓여있다.
물론 90일 뒤에는 이러한 행정명령이 해제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파사드의 미국행에는 아무런 제재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백악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위 7개국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 많은 국가가 반이민 행정명령 국가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 팀들의 핵심 전력을 맡고 있는 중남미계 이민 선수들조차 그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한 번이라도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등록됐던 선수는 총 1353명이다. 이 중 미국 국적을 가진 선수는 974명으로 전체 72%를 차지한다. 어쩌면 향후 메이저리그는 이 72%만의 놀이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만 뛰는 메이저리그라면 아롤디스 채프먼(쿠바)의 100마일 넘는 속구도, 미겔 카브레라(베네수엘라)의 호쾌한 스윙도 볼 수 없다. /ing@osen.co.kr
[사진 위] 다르빗슈. [아래] 파사드.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