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은 KBO 리그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였다. 연이은 국제대회에서의 성공으로 팬층이 두꺼워졌고, 2개 구단이 더 창단돼 어엿한 10개 구단 체제를 갖췄다. 리그의 수준도 높아지면서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 또한 늘어났다.
그렇다면 그 10년을 수놓은 최고의 선발 투수들은 누가 있었을까. 시각에 따라 순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 단언하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기록으로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는 있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지난 10년간 조정평균자책점(ERA+, 800이닝 이상 기준)으로 TOP 10을 뽑아봤다.
ERA+는 리그 평균을 기준으로 해당 선수의 평균자책점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느냐를 따진 것으로 시대 보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선수 비교에 널리 쓰인다. 100이 평균이고, 높을수록 더 뛰어난 성적을 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를 살펴보니 역시 지난 10년간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대다수 선발 투수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0. 장원준(롯데-두산), 1292이닝, ERA+ 114.7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 투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인 2012~2013년 2년을 빼면 거의 대부분의 시즌에서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2008년부터는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2015년 두산과 4년 84억 원이라는 대형 FA 계약을 맺을 때까지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으나 지난 2년간 27승을 수확하며 이를 비웃었다. 지난 10년간 총 97승과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9. 우규민(LG), 844이닝, ERA+ 115
성적만 놓고 보면, 어쩌면 리그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는 투수 중 하나다. 2006년 17세이브, 2007년 30세이브를 기록한 우규민은 그 후 선발로 전향해 꾸준한 성적을 내왔다. 선발로는 105경기에 출전하는 등 총 316경기에 나가 50승과 평균자책점 3.96을 거뒀다. 지난해 성적(6승11패 평균자책점 4.91)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올해 삼성과 4년 65억 원에 FA 계약을 맺어 야구 인생의 2막을 연다.
8. 양현종(KIA), 1251⅓이닝, ERA+ 115.2
데뷔 초기 출발은 동기생들에게 비해 조금 늦었지만 지금은 KBO 리그 최고의 토종 선발로 인정받는 투수. 2009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12승)를 따낸 뒤 다소 주춤한 것은 아쉽지만 2013년부터는 매년 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2015년 15승6패 평균자책점 2.44로 대활약하며 타고투저 흐름을 비껴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생애 첫 200이닝을 소화하며 10승12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87승과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다.
7. 크리스 옥스프링(롯데-kt), 807⅓이닝, ERA+ 116.6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 있는 활약을 보여준 투수다. 2007년과 2008년은 LG에서, 2013년과 2014년은 롯데에서, 2015년은 kt에서 활약하며 기준치인 800이닝을 넘겼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모두 180이닝 이상을 던지며 당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기도 했다. KBO에서 뛴 5시즌 중 대체로 들어온 2007년을 제외하면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세 번이나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선방했다. KBO 리그 통산 성적은 136경기에서 49승40패 평균자책점 3.90.
6. 윤성환(삼성), 1392⅓이닝, ERA+ 117.3
기복 없는 투구로 삼성의 선발진을 든든하게 지킨 투수로 역시 꾸준함이 돋보이는 선수다. 지난 10년간 이닝소화는 송승준(롯데·1397⅓이닝)에 근소하게 뒤진 리그 전체 2위 기록이다. 10년간 7차례나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내는 등 총 106승을 수확했고 최근 4시즌은 모두 17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10년간 성적은 106승66패 평균자책점 3.88. 30대 중반에 이른 나이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로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5. 김광현(SK), 1347⅓이닝, ERA+ 133.2
2007년 프로에 데뷔, SK와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KBO 리그를 든든하게 지킨 투수. 지난 10년간 총 108승을 거뒀는데 이는 같은 기간으로 한정했을 때 리그 최다승이다. 1347⅓이닝 또한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 역시 10시즌 중 7차례나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어깨 부상의 위협을 이겨내고 거둔 성과라 더 값지다. 올해 친정팀 SK와 4년 85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 팔꿈치 수술로 올해는 쉬어가지만 내년부터는 더 생생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여전히 젊은 투수다. 10년 통산 성적은 108승63패 평균자책점 3.41.
4. 봉중근(LG), 899⅓이닝, ERA+ 133.3
미국에서 활약하다 2007년 KBO 리그로 돌아온 이후 LG의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고군분투한 선수.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는데 LG는 그 후로 토종 왼손 10승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마무리로 전업해 2015년까지 총 109세이브를 기록했다. 10년간 통산 성적은 55승46패109세이브 평균자책점 3.41.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전의 위용은 많이 사라졌지만 팀 내에서는 여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3. 더스틴 니퍼트(두산), 936이닝, ERA+ 134.8
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 투수 대열에 올라서고 있는 선수.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뒤 6시즌 동안 80승35패 평균자책점 3.38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에는 다승(22승)과 평균자책점(2.95)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활약으로 리그 최우수선수(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올해를 앞두고는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210만 달러) 기록을 썼고, 역대 외국인 최다승인 다니엘 리오스의 90승에도 도전한다.
2. 윤석민(KIA), 1051⅓이닝, ERA+ 143.6
2006년 데뷔 해 오랜 기간 대표팀의 우완 에이스로 활약한 선수. 선발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활용폭으로 팀에 헌신했다. 2008년에는 14승과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시작했고 2011년에는 17승5패 평균자책점 2.45라는 개인 최고 성적을 쓰며 리그 MVP에 올랐다. 미국 진출이 실패로 돌아가 팬들의 아쉬움을 남겼고, 그 후 어깨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으나 지난 10년간 남긴 성적에 큰 해가 되지는 않는다. 10년 통산 69승과 49세이브를 거뒀고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했다.
1. 류현진(한화), 1067⅓이닝, ERA+ 156.3
괴물이라는 호칭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선수.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휩쓴 신인 시즌(2006년) 성적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10년간 ERA+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류현진은 2012년을 끝으로 MLB에 진출할 때까지 6시즌 동안 80승46패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평균자책점이 2점대를 유지한 선발 투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성적은 물론 리그에 남긴 인상도 단연 최고라고 할 만하다. 2013년 LA 다저스와 계약한 후 2년간 28승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평가되기도 했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주춤했던 지난 2년을 뒤로 하고 올해 재기를 벼르고 있다.
그 외의 선수들 -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레다메스 리즈(LG)는 518⅔이닝에서 ERA+ 129.8을 기록했다. 넥센의 에이스인 앤디 밴헤켄은 800이닝에 살짝 못 미쳐(787⅓이닝) 순위표에서는 빠졌으나 129.2의 ERA+를 기록했다. NC의 에릭 해커 역시 695⅔이닝 동안 128.3의 훌륭한 ERA+를 기록 중이다. /skullboy@osen.co.kr
[기록제공]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