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희극지왕', 시도는 훌륭..민망함은 이경규 몫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7.01.29 06: 42

 '1대 희극지왕'을 선발하기 위해 지상파 3사 코미디언이 한데 뭉쳤다. 보이지 않는 방송국 사이의 장벽으로 타사 출연이 수월하지 않았던 만큼, 케이블이 아닌 지상파인 SBS의 이같은 시도는 분명 박수받을 일이다.
지난 28일 방송됐던 SBS 설특집 파일럿 '희극지왕'은 경력 3년부터 30년까지 15인의 코미디언이 모여 계급장을 뗀 무대로 경합한다는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더욱이 박미선, 윤정수, 양세형, 김영철 등 대표 인기 예능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모이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MC는 또 어떤가. '예능대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경규가 구심점으로 작용해, 확실한 존재감을 내뿜었다. 그런데 유익한 시도를 제외하면, 정작 중요한 '웃음'이 결여됐다는 느낌이 짙다. 어쩌면 민망함은 MC를 맡은 선배 개그맨 이경규의 몫이었을 터.

모든 걸 차치하고 오롯이 웃음을 기준으로 보면 '160세 노부부'로 총합 10표를 받았던 손헌수, 막장 시나리오극 '봉선의 유혹'으로 김대희에게 회심의 연속 '김치 싸다구'를 날려 11표를 받았던 신봉선이 그나마 나은 편. 시청자 인기 투표로 상위권 자리에 앉아 출발했던 김영철, 박미선, 장도연 등의 무대는 웃음이 실종됐고, 윤정수의 무대는 아예 통편집됐다.
사실 피라미드식 좌석 자체가 무의미했다. 초반 자리선정을 제외하면, 1위 왕좌 교체 외 뚜렷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그저 지난해 이슈가 됐던 오디션 프로그램 Mnet '프로듀스101'에서 사용된 피라미드 좌석을 떠올리게 만들 뿐이었다.
출연자 라인업으로 보면, 그 어느 파일럿보다 웃음으로 중무장될 것이라 여겨졌던 '희극지왕'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자 반응은 그야말로 냉랭하다. 혹시 정규 편성으로 이어져 진짜 '희극지왕'을 가리고 싶어진다면, 3사의 벽을 허물어 이동을 자유롭게 한 시도만 살리고, 결핍된 웃음부터 충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억지춘향식도 자막부터 빼고 말이다. / gato@osen.co.kr
[사진] '희극지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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