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묘하게 흘러간다. 아직 외국인선수 한 자리를 구하지 못한 한화와 삼성, 두 팀에 끊임없이 추파를 보내는 선수들이 있다. 에스밀 로저스(32)와 야마이코 나바로(30)의 KBO리그 복귀 불씨가 되살아난 것이다.
10개 구단 중에서 외국인선수 인선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팀은 한화와 삼성밖에 없다. 한화는 투수, 삼성은 타자가 공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직 한화맨 로저스, 전직 삼성맨 나바로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KBO리그 복귀를 희망하고 있어 칼자루는 구단들이 쥐고 있다.
로저스는 지난 2015년 대체 외국인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역대 최고액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6경기 만에 웨이버 공시됐다. 6월말 퇴출된 로저스는 7월 미국으로 돌아가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흘렀고, 로저스는 빠르게 회복 중이다.
현재 단계별 투구프로그램(ITP) 막바지 단계로 내달부터 불펜 투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재활 과정에서 큰 진통이 없다. 지금 페이스라면 로저스는 4월 개막쯤 실전 투구가 가능하다. 한화 구단도 로저스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 로저스에게 '우리 선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을 찾은 팀은 한화뿐만이 아니었다. 한화 이외 다른 구단들도 로저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며 상태를 직접 체크한 것이다. 재활이 잘 마무리되고,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가 부진한 팀에서 로저스 영입에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로저스는 웨이버 공시로 풀려나 한화에 우선권이 없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로저스의 KBO리그 복귀는 사실상 시간문제다. 로저스 역시 한화에 애정이 크지만, 어느 팀이든 좋다는 입장이다. 5월 이후로 로저스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화도 물밑에서 꾸준한 관심 표명으로 관계를 유지 중이다.
로저스와 달리 나바로는 협상 창구가 삼성밖에 없다. 2015년 시즌 뒤 나바로는 삼성과 재계약이 결렬되며 일본으로 진출했다. 나바로 보류권을 삼성이 갖고 있다. 보류권 기한은 2년으로 올해까지 유효하다. 나바로는 삼성 복귀 또는 다른 팀 이적 허락이 아니면 KBO 복귀가 안 된다.
나바로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삼성 복귀다. 마침 삼성은 외국인 타자 마우로 고메즈가 국내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거부하는 바람에 계약 협상을 중단했다. 원점에서 새로운 타자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인데 시간이 촉박하다. '검증된 카드' 나바로에게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지난달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나바로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가 두문불출한 탓에 영입 리스트에서 지웠다. 뒤늦게 윈터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나바로는 최근 결승시리즈에서 6경기 타율 4할8푼 12안타 1홈런 2타점 7득점 OPS 1.260으로 무력 시위를 하고 있다.
로저스와 나바로 모두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천방지축 스타일이다. 로저스는 감정기복이 심하고, 나바로는 불성실하기로 유명하다. 한화와 삼성 모두 남모를 속앓이를 했다. 다만 실력이 워낙 출중하기 때문에 이만한 전력 강화 카드가 없다. 과연 로저스와 나바로는 다시 KBO리그로 돌아올 수 있을까. /waw@osen.co.kr